서울시 서대문구 현저동 101번지.

일제시대에는 민족수난사의 생생한 현장으로, 해방이후에는 민주화의 성소로
자리했던 옛 서대문형무소의 현주소다.

옛 서대문형무소 옥사를 해원상생의 공간으로 승화시키는 제1회 서대문형
무소 민족문화예술제가 5~7일 열린다.

주최는 사단법인 서대문형무소 민족문화예술제(이사장 김상현).

"벽-안과 밖"이라는 주제를 내건 이 예술제는 옥사의 내외벽과 뜰을 무대로
한 연극 마임 굿 무용 등으로 풍성하게 치러진다.

서대문형무소의 상징성을 재해석한 총체극 "101번지에 3만3580일"(황지우
작, 윤정섭 연출)과 유진규의 마임공연이 독립공원일대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옥외무대에 오른다.

임옥상은 회화 조각 멀티미디어 작품 30여점과 예술제의 주제를 형상화한
대형걸개그림을 함께 전시한다.

음악가 김벌레는 1900년대 초부터 현대까지 역사의 소리를 채집, 형무소
벽에 담쟁이덩쿨처럼 연결한 스피커와 전선을 통해 "역사의 울림"을
전한다.

김매물 황해도 굿 만신의 3시간짜리 "해원굿"과 이광수의 민족음악원이
선보이는 "통일기원 대동판굿"은 주최측이 자신있게 내놓은 볼거리.

자유를 위한 몸부림을 무대위에 형상화한 한일합동 무용 "벽/물질"과
아프리카민족음악가"마마두 둠비아(Mamadou Dombia)"의 음악도 소개된다.

특히 독립과 용서의 메시지를 아프리카 하프인 코라의 떨리는 음색으로
전하는 마마두의 음악은 식민지의 상처를 안고있는 옛 서대문형무소의
밤하늘을 울린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던 이곳이 문화예술이 살아숨쉬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이번 행사는 옛 서대문형무소를 프랑스의 바스티유 감옥터의 오페라
바스티유 극장처럼 "역사성 짙은 예술공간"으로 활용한다는 발상에서
비롯됐다는 후문이다.

< 김형호 기자 chs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