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회석을 바른 높이 2m 가량의 원통형 나무기둥.

그 주변을 맴돌며 신내림을 받은 무당처럼 신비로운 춤을 추며 기둥에
이상한 흔적을 남긴다.

언뜻 보기에 낙서 같지만 뭔가 깊은 뜻을 머금은 것 같은 느낌이다.

조각가 김영원씨가 지난 18일 서울 금호미술관에서 자신의 조각전 오프닝
행사의 하나로 선 드로잉퍼포먼스를 펼쳤다.

1백여명의 관람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된 이 행사에서 김씨는 무수한
"우주의 기"를 기둥에 남겼다.

"정신을 집중하면 온몸에 우주의 기가 흐름니다. 그 기가 무아의 상태에서
손끝을 타고 작품을 형성하는 겁니다"

퍼포먼스뿐 아니라 조각 평면작품까지 그의 모든 작품은 선과 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그는 우주의 흐름을 따르는 생명의 조각가로 불린다.

오는11월14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회의 제목도 "생명의 조각"전이라고
붙였다.

초기의 "중력.무중력" 시리즈의 사실주의 조각을 비롯 94년이후 선보인
"공-에너지" 시리즈와 원통형 흙기둥도 함께 출품됐다.

이 가운데 나신의 십이좌상, 바닥에 서 있는 여섯 나신들, 여섯개의 원기둥,
바닥에 엎드려 절하는 20명의 군상 등이 눈길을 끌고 있다.

"중력.무중력" 시리즈 가운데 철봉에 매달려 있는듯 보이는 사실주의적
인체조각들과 벽을 통과하는 모습도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지난해 제작한 "길"과 올해 완성한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은 시간과 공간이
복합된 조각이다.

인간형상이 하나의 점으로 변하고 다시 커지는 반복의 순환을 설치조각으로
표현했다.

생성과 소멸의 윤회사상을 나타낸 것.

그는 자기작품에 기를 불어넣기위해 요즘도 매일 명상을 통한 마음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는 "나는 여러해동안 나의 작품속에 참된 자아를 투사시켜 외부세계와
하나가 되는 일체경을 얻고자 선을 수행해 왔다"고 밝힌다.

김씨는 작업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출하기위해 퍼포먼스 설치 입체 평면
등 다양한 작품세계를 전개하고 있는 중견작가.

홍익대 미대와 대학원을 나왔으며 현재 홍익대 조소과교수로 재직중이다.

선미술상, 한국미술협회전 은상, 대한민국미술전람회 특선, 동아미술상,
중앙미술대전 특선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갖고 있다.

(02)720-5114

< 윤기설 기자 upyk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