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편지 한통으로 인해 온 마을이 사랑의 설렘으로 가득 물들여지는
모습을 그린 로맨틱 드라마.

"첨밀밀"을 연출한 홍콩감독 진가신의 할리우드 진출 첫 작품이다.

뉴잉글랜드 바닷가의 한적한 마을 로브롤리.

작은 서점을 경영하고 있는 헬렌(케이트 캡쇼)이 누가 누구에게 보낸 것인지
모를 한통의 편지를 발견한다.

편지에는 열렬한 사랑고백이 담겨 있다.

편지가 자기한테 온 것이라고 믿는 헬렌은 마을의 모든 남자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즐거운 착각에 빠진다.

주변을 탐색하던 헬렌은 두명의 남자에게 관심을 기울인다.

헬렌의 친구 자넷(엘렌 드제너러스)과 서점종업원 자니(톰 에버렛 스콧)도
우연히 편지를 읽게 되면서 서로의 상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열병이 아침
안개끼듯 환상처럼 마을을 뒤덮는다.

영화는 누렇게 바랜 편지를 매개로 했다는 점에서 과거지향적이다.

아무 일도 일어날 것같지 않은 마을의 풍광과 사람들의 서두르지 않는
걸음걸이도 아련하다.

무섭게 재촉하는 시간의 조급증은 물론 누구의 편지인지를 대놓고 묻는
경박함에서도 한발짝 물러나 있다.

카메라는 새로이 사랑에 눈뜨는 사람들의 깊고 은은한 떨림을 섬세하게
더듬는다.

상처받기 쉬운 영혼들의 가슴 한켠에 묻혀 있는 오랜 바람을 끄집어내
진홍으로 채색한다.

그건 어느덧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열망이고 상대에 대한 애틋한 기대이다.

"일 포스티노"의 루이 바칼로브가 주요 테마로 사용한 탱고음악이 잘
어울린다.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