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기 마지막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독일 대표작가 귄터 그라스
(72).

그는 맞춤법도 제대로 맞지 않는 미발표 원고 "양철북"으로 최고 권위의
"47그룹상"을 받으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던 복많은 작가다.

그는 데뷔작 한편으로 "위대한 독일 소설의 전통을 소생시켰다"는
극찬까지 받았다.

이번 수상자 발표가 예년에 비해 1주일 이상 빨라진 것도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쉽게 일치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하인리히 뵐 이후 독일 문단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그는 독일민족의 의식에
뿌리깊이 박혀있는 전체주의를 강도높게 비판해왔다.

그가 전쟁과 기아, 광기와 혼돈으로 얼룩진 세계를 가장 깊이있는 시각으로
조명한 작가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표작 "양철북"의 주인공인 난쟁이 오스카는 바로 그의 문학관을 대표하는
캐릭터다.

태어날 때부터 성인의 지각을 가졌으면서도 3살 때 더 이상 성장하지
않겠다며 지하실 계단으로 추락한 시대의 양심.

그라스는 극도로 비유적인 이 인물을 통해 나치 점령에서 2차 대전 종전
까지 독일의 어두운 역사와 사회상을 극적으로 그려냈다.

그는 정상인의 눈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현대 사회의 그늘을 비추는 인물로
난쟁이를 택한 것이다.

양철북을 두드리며 현대인의 오만과 잔인성을 고발하는 오스카.

그가 북채를 들고 돌아다니며 슬프고도 우스꽝스럽게 일깨우는 대상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폴란드 단치히(공식지명 그다니스크)에서 소시민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불우한 성장기를 보냈다.

열 두살 때는 창틀에서 잠을 잤고 열다섯살부터 정규교육을 못받았으며
열일곱살살에는 나치의 전차병으로 일선에 나갔다.

전선에서 부상당한 그는 청년시절을 미군 포로수용소에서 보냈고
패전후에는 농부와 광부로 돌아가 조각가의 꿈을 키우며 살았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그는 정통 문법과는 처음부터 거리가 멀었다.

독학에 대한 무서운 열정과 예술적인 재능,빈곤속에서 얻은 폭넓은 경험이
그의 가장 큰 재산이었다.

출세작 "양철북"은 그야말로 야생의 원고였지만 독일 문단은 출판도 되지
않은 이 작품에 최고 권위의 "47그룹상"을 안겨줌으로써 감격을 표시했다.

40년에 걸친 그의 문학적 활동은 치열한 현실참여 정신에 힘입은 바 크다.

그는 베트남전 반대, 사회민주당 지지, 독일 통일 비판 등 현실에 대한
반응을 온 몸으로 보여줬다.

그의 주된 테마는 "독일의 혼"이었다.

그는 "힘이 강해질수록 국수주의로 엇나가는 고질병을 앓고 있다"며 조국을
신랄하게 질타했다.

그는 데뷔 초기에 서정시를 썼으며 조각과 미술에도 뛰어난 재능을 발휘해
뉴욕에서 판화전을 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23개의 CD에 담아 28시간동안 굵직한 목소리로
낭독했다.

영화로도 유명한 "양철북"외에도 현실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를 강하게
담은 "고양이와 쥐" "개들의 시절" "국부마취를 당하고" "넙치" 등 문제작을
잇달아 내놓았다.

그는 최근 20세기를 한 권의 소설에 담는 "나의 세기"를 탈고했다.

곧 출간될 이 작품은 "1900년"부터 "1999년"까지 1백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모든 장에 각기 다른 시각과 목소리를 가진 화자를 등장시켜 그 해의 가장
중요한 사건을 보여준다.

그는 학문적 발견에 따른 과학적 진보, 문화적 사건들, 잇따른 정치 비극
등 역사의 모든 장을 이 작품에서 두루 살피고 있다.

올해 초 "나의 세기" 번역자 세미나에 다녀온 안삼환 서울대 독문과 교수는
그를 "모든 역사적 사건과 인물.사물에 대해 관대하고 항상 활짝 열려 있는
작가"라고 평했다.

< 고두현 기자 kdh@ >


[ 귄터 그라스 연보 ]

<> 1927년 단치히(그단스크)에서 식료품 가게를 하는 독일계 소시민의
아들로 태어남
<> 1933년 단치히에서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나옴
<> 1944년 공군보조원및 사병생활.
부상당해 바이에른의 미국 포로수용소에 수용됨
<> 1946년 농업노동자와 갈리 광산의 노동자 생활을 함
<> 1947년 뒤셀도르프에서 석공과 석각 견습공 생활을 함
<> 1948년 뒤셀도르프 예술대학에서 마게스와 파코크의 제자로 2년동안
있음.
<> 1953년 베를린 이주. 베를린 예술대학에서 조각가 하르퉁의 제자로서
수업받음
<> 1956년 최초시집 ''풍향계의 장점들'' 발표
<> 1957년 ''47그룹상'' 수상
<> 1959년 장편소설 ''양철북'' 발표로 세계적 작가로 부상
<> 1960년 시집 ''궤도의 삼각선'' 발표
<> 1961년 중편 ''고양이와 쥐'' 발표
<> 1963년 소설 ''개들의 시절'' 발표
<> 1967년 시집 ''질문공세가 끝나고'' 발표
<> 1969년 소설 ''국부마취를 당하고'' 발표
<> 1972년 소설 ''어느 달팽이의 일기에서'' 발표
<> 1977년 소설 ''넙치'' 발표
<> 1978년 베를린 후원을 받아 알프레트 되블린 상 설립
<> 1979년 소설 ''텔크테 회동'' 발표
<> 1986년 소설 ''암쥐'' 발표
<> 1988년 통일국면이 전개되자 예술원 탈퇴
<> 1992년 사민당 탈퇴. 90년대 이후 연설과 기고를 통해 비판적 지식인으로
활동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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