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시인 정상구(74)씨가 11번째 시집 "조국의 통곡"(문학21)을 내놓았다.

한국전쟁의 아픔을 입체적으로 형상화한 대하 서사시집이다.

전장의 참상뿐만 아니라 남침론과 북침론을 두고 벌어진 석학들의 논쟁까지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전쟁 직전의 남북한 사회 기상도와 인쇄공들을 중심으로 한 김팔봉 인민
재판, 의용군 모집 실상, 사흘을 굶고 사선을 넘나들었던 모윤숙 시인의
사연도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구비구비 한 핏줄기 찾으며/어두움 속 새벽별 눈 뜨고/새들도 통일을
노래하리라//찬란한 햇빛 속에/유채꽃 향기 청청한 물소리/한라의 가슴을
보아라/그것은 남의 것도 북의 것도 아닌 우리의 것"

노시인은 "한 밤 보석 수놓은 뭇별들/휘황한 꿈 누리에 펼치듯" 다가올
"하나된 핏줄"의 그날을 기디리며 지난 시절의 상처를 어루만진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