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지요. 어린 시절 아픈 배를
만져주던 어머니의 손길처럼 아름다운 시는 우리 정신의 보약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시를 접하고 영혼의 부를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시 읽어주는 남자.

시인 신경림(64)씨가 각박한 현대인들에게 시의 향기를 전하는 문학전령사로
나섰다.

그는 27일부터 한국경제신문 2면에 "이 아침의 시"를 매일 소개한다.

최근 문예지에 발표된 시인들의 작품부터 신작 시집과 한국 근.현대
시문학사에 길이 남을 수작들을 엄선, 읽고 해설해준다.

그가 아침 식탁에 펼치는 절창의 향연은 시에 목마른 사람들의 심성을 촉촉
하게 적셔줄 것이다.

동국대 석좌교수인 신씨는 학생들에게 현대시를 특강하면서 교육잡지
"우리교육"에도 "시인을 찾아서"라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시집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후기에서 "몰락한 사회주의를
현장에 가서 목도도 하고 우리 자신이 거덜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를 겪기도
한 지난 몇년은 길기만 한 세월이었다"며 "이런 격랑 속에서 시를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회의를 느끼기도 했지만 시를 통해 나 자신과 또는
남과 대화함으로써 힘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시의 효용가치는 당장 눈 앞에 드러나지 않더라도 강의 저류를 흐르는
물처럼 영혼의 버팀목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시는 많은데 좋은 시는 적다는 얘기를 자주 듣습니다. 하지만 시에 대한
그리움은 누구나 갖고 있잖아요. 멋있는 걸 보면 시적이라고 표현하지요.
좋은 시는 그 나라 문화 수준을 높이는 지렛대입니다"

그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정신을 풍요롭게 해주는 시가 좋은
시"라고 말했다.

"모든 사람들이 시를 좋아하고 마음의 창고를 가득 채울 수 있도록 감성의
촉수를 건드려주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그는 깊이있는 사색과 정제된 율격미로 한국 시문학의 지평을 넓힌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70~80년대에는 민초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작품으로 수많은 독자를
확보했다.

80년대 이후에는 인간과 자연의 친화성을 높인 작품들로 찬사를 모았다.

그는 만해문학상 이산문학상 단재문학상 대산문학상 등 굵직한 상도 많이
받았다.

문단 내부에서는 각종 문학상과 신춘문예 심사위원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작품을 선별하는 능력과 평가의 잣대가 선명하고 공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스로 세운 문학성의 기준을 자기 작품으로 확인시켜줘 더욱 신뢰를
얻고 있다.

전통과 현대, 참여문학과 순수문학의 특장을 폭넓게 수용해 균형감각도
뛰어나다.

그래서 그의 손끝에서 버무려진 문학의 향취는 더욱 맛깔스럽다.

35년 충북 충주 태생인 그는 동국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21세 때인 56년 "문학예술" 지로 등단 한 뒤 17년만에 첫 시집 "농무"를
내고 "새재" "달 넘세" "가난한 사랑노래" "길" "쓰러진 자의 꿈"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을 선보였다.

87년에는 장시 "남한강"도 냈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