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연휴를 앞둔 극장가에 푸짐한 "뷔페상"이 차려진다.

한국영화 3편, 해외영화 6편 등 모두 9편의 영화가 이번 주말 일제히
개봉관에 풀린다.

이들 영화를 꿰뚫는 주제는 "사랑" "공포" 그리고 "웃음"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극장가를 돌며 영화가 풀어 놓는 세가지 색깔의 이야기에
젖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강세를 보이는 것은 아무래도 "공포"쪽이다.

< 식스 센스 >(The Sixth Sense. 감독 M 나이트 샤말란)가 그중에서도
돋보인다.

미국에서도 보기 드물게 개봉후 3주 연속 흥행 1위를 달린 심리 스릴러물
이다.

영화는 꿈이 아닌 현실속에서 죽은 사람의 모습을 보게 된 소년(할리 조엘
오스멘트)과 그의 치료를 맡은 아동심리학자(브루스 윌리스)의 얘기를
다뤘다.

법석대지 않고 차분히 가라앉은 시선으로 접근, 섬뜩한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한 수작이다.

정교히 짜여진 이야기와 올해 열한살짜리 배우 할리 조엘 오스멘트의 응축된
연기, 그리고 예상치 못한 마지막 반전이 압권이다.

< 더 헌팅 >(The Haunting. 감독 얀 드봉)은 특수효과를 이용, 스릴러
영화의 맛을 살려낸 작품이다.

주인공이 악령들린 저택이란 점이 특이하다.

매로(리암 니슨) 박사는 불면증 환자인 테오(캐서린 제타 존스)등과 함께
힐하우스란 웅장한 저택에서 인간의 공포감에 대해 연구를 벌인다.

그런데 힐하우스가 악마적인 힘을 내뿜으며 살아 움직이면서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이 하나씩 희생당한다.

힐하우스 전체가 악령이 되어 사람들의 목숨을 죄어오는 모습을 형상화해낸
특수효과가 볼거리다.

한국영화 3편 모두는 공교롭게도 "젊음"과 "사랑"쪽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이야기 전개에 힘과 설득력이 떨어지고 연출도 허술해 최근 한국영화
의 흥행의 맥을 이어가는데는 힘이 부친다.

< 카라 >(감독 송해성)는 젊음의 애틋한 사랑을 담은 판타지 로맨스.

남몰래 사랑의 감정을 키웠으나 허무하게 죽어버린 연인을 되살려야 한다는
간절한 소망이 이뤄져 과거로 돌아가는 한 남자의 뒤를 쫓는다.

카라는 둘의 사랑을 매개하는 꽃의 이름.

"순수"란 꽃말을 가졌다.

송승헌 김희선 김현주가 출연했다.

< 댄스댄스 >(감독 문성욱)는 국내 처음으로 춤을 소재로 만든 청춘영화.

평범한 한 젊은이가 겪는 통과제의를 춤으로 엮어 풀어냈다.

자신의 진로에 확신이 없는 의대생 준영(주진모)이 춤에 열중하는 진아
(황인영)를 만나면서 또다른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는 얘기.

춤으로 성공을 꿈꾸는 젊은이들의 세계도 사실적으로 담았다.

< 러브 >(감독 이장수)는 완주에 대한 자신감을 잃은 국가대표 마라톤선수
명수(정우성)와 사랑의 감정이 메말라버린 미국입양아 제니(고소영)가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오랜 상실감을 극복한다는 내용.

TV드라마 "모래시계"의 작가 송지나가 시나리오를 썼다.

그러나 미국입양아들의 고민인지, 마라톤선수의 재기를 가능케 한 사랑인지
가 불분명한 이야기 구조에 끼워맞춘 듯한 장면장면이 제작진의 성의부족과
능력의 한계를 노출시켰다는 평.

<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 >(감독 존 맥티어넌)는 액션을 덧붙인 로맨스 영화.

억만장자 토마스 크라운(피어스 브로스넌)은 모험과 스릴을 추구하는 괴짜.

어느날 박물관에서 모네의 그림을 훔친다.

아무도 그를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보험회사 조사관인 캐서린 배닝(르네 루소)이 그를 용의자로 지목,
그림을 되찾기 위한 두뇌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다.

"웃음"을 전하는 영화는 3편이다.

<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 >(감독 에밀 쿠스투리차)는 다뉴브강가에 사는 두
집시 집안 젊은이의 원하지 않는 결혼식을 계기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색다른 감성의 영화다.

백수건달 마초는 석유밀수로 돈을 벌기 위해 친구이며 깡패인 다단에게
사업자금을 빌리지만 다단의 사기에 말려 거지신세가 된다.

마초는 어쩔 수 없이 외아들 자레를 다단의 못생긴 여동생과 결혼시켜야
한다.

그러나 자레와 다단의 여동생은 서로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두고 있어
결혼식이 순탄치 않다.

자유분방하고 낭만적인 집시들의 결혼풍습과 사사로운 일상을 익살과 유머로
버무렸다.

< 빅대디 >(감독 데니스 듀간)는 세상물정 모르는 노총각이 룸메이트가
5년전에 실수로 낳은 아들을 양자로 맞아들인 후 겪게 되는 우여곡절을 그린
휴먼 코미디.

천진난만한 꼬마를 보살피는 과정에서 자기 인생을 책임지는 성숙한 어른
으로 변모해 가는 한 노총각의 안팎을 아기자기하게 담아냈다.

로스쿨을 졸업한 뒤 빈둥대던 노총각 소니(아담 샌들러)에게 룸메이트가
밖에서 난 꼬마 줄리안이 퀵서비스로 배달(?)된다.

당황한 소니는 자신이 책임있는 남자임을 과시하기 위해 양부모가 나타날
때까지 줄리안을 돌보기로 한다.

소니는 줄리안과의 생활속에서 남자로서의 책임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아담 샌들러를 위한 아담 샌들러의 영화다.

속편을 제외하면 미국 코미디 영화사상 최고의 개봉흥행기록을 세웠다.

< 한여름 밤의 꿈 >(감독 마이클 호프만)은 젊은이의 사랑을 갖고 장난치는
짓궂은 요정들의 하룻밤 이야기를 담은 작품.

셰익스피어의 동명희곡을 영상화했다.

원작의 배경인 아테네대신 19세기말 이탈리아 투스카니를 무대삼아 자전거를
등장시키는 등 요즘 관객의 입맛에 맞춰 꾸몄다.

화려한 색감과 음악이 돋보인다.

케빈 클라인, 미셸 파이퍼, 소피 마르소 등이 출연한다.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7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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