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란의 선율 글램 록(glam rock)은 변덕많은 10대들에 의해 버림 받은
70년대의 문화코드다.

마크 볼란이라는 영국의 괴짜가 전파시킨 이 음악은 미국으로 건너가 범속을
거부하는 청소년들의 반항기질을 파고들어 한때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중의 유명한 곡 하나가 데이빗 보위가 부른 "벨벳 골드마인(Velvet
Goldmine)"이다.

정신병자같은 이상한 몸놀림에 몽유병자의 헛소리같은 음률에다 선정적인
가사때문에 지탄받기도 했던 이 노래는 어렸을적에 글램 록에 심취했던 한
중견 영화감독의 집념때문에 20년만에 다시 빛을 보게 됐다.

이 영화에서 스토리는 별 의미가 없다.

한 대중스타의 등룡과 추락이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지만 그 영고성쇠
의 일대기는 그렇게 감동적이 못된다.

반상식이 지나쳐서 보기에 따라선 역겨울 수도 있다.

알몸의 무대매너, 동성애 섹스, 마약탐닉 등...

그렇다면 칸 영화제(98년) 심사위원이 이 영화에 최우수 예술공로상을 주고
수많은 청소년들이 그것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자의적인 해석을 한다면 감독과 배우가 보인 혼신의 노력과 젊은 관객들이
갖는 분출욕구가 작용한 것 같다.

자극적인 음률과 환상적인 색조의 연출, 온 몸을 불사르는 연기, 일상을
거부하며 자기만의 삶을 즐기는 나 세대(Me Decade)의 일탈심리가 흥행을
부추긴 것 같다.

"글램 록"은 음악의 기본인 리듬을 무시하고 파격적인 연주를 함으로써
흥을 돋우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기존 질서를 거부하는 신세대의 특성과 일맥상통한다.

영화 역시 전반적으로 파격적인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가수의 무대의상이나 연주매너부터 록 가수의 통상적 이미지와 완전히
다르다.

두 주인공 가수가 벌이는 사랑에서도 그 대상과 방법이 상식을 벗어난다.

외계인같은 차림에 눈섭까지 번쩍거리는 괴상한 화장으로 관객을 현혹한다.

가장 못봐줄(?) 장면은 알몸연주와 동성애 섹스장면인데 이것이 무슨
리얼리티가 있다고 국제적인 예술공로상을 준다는 말인가.

연출-촬영-연기 등에선 예술영화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볼수 있지만...

이 도발적인 영화는 국내에서도 젊은층에 적잖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니
영화의 건전성 여부를 떠나 그것을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의문이다.

젊은세대의 일탈심리와 파괴본능은 그렇다 치더라도 동성애-양성애를
바라보는 눈길이 옛날같지 않다는 것은 우리 사회통념의 한 부분이 크게
무너지고 있음을 말해 준다.

유흥가에 "게이족"이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동성간의
노골적인 성애가 스크린에 공공연히 등장해도 "그게 뭐가 신기하냐"는
식으로 세상인심이 바뀐 것이다.

개인주의적이고 소비중심으로 치닫는 젊은 세대간엔 지금 보이지않는
의식의 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들이 끊임없이 추구하는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것은 마약과 섹스로 그치지
않는 것이 오늘의 현실.

구미의 풍요사회와 쾌락주의가 빚은 육감적 동성애가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분칠을 해도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세태가 한심하다.

< jsrim@ 편집위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0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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