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의 수수께끼"로 한국문화에 대한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주강현 한국민속문화연구소장이 한국문화를 결산하는 이론서를 냈다.

"21세기 우리문화"(한겨레신문사, 1만원).

잃어버린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찾고자 그동안 현장을 "발품"으로 누비며
모아온 성과를 한권에 담았다.

이책은 한국문화 백년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21세기 한국적 토양에 맞는
문화론을 모색하고 있다.

주 소장은 지난 1백년동안의 한국 문화사는 19세기말 손님으로 들어온
제국주의가 오히려 주인 자리를 꿰차는 과정이었다고 주장한다.

쫓겨난 주인은 비바람치는 처마 끝에 서 있고 손님이 오히려 희희낙락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수없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미국의 기독교 문화와 일본의 식민지 문화가 한국문화를 왜곡시킨
과정을 실증을 통해 밝히고 있다.

그는 "기독교가 제국주의의 첨병 역할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일제의 침략성에
가려 본질이 희석됐다"며 "해방 후 숭미사상이 일반화되면서 미국 선교사들이
마치 조선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한것으로 잘못 왜곡됐다"고 지적했다.

제너럴 셔먼호 사건, 제주민란, 가쓰라 태프트 밀약 등을 그 구체적인
사례로 제시하면서 기독교의 전래와 토착화 과정을 비판하고 있다.

주소장은 "이제는 교회가 민족의 삶과 일치하는 문화양식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활발한 연구와 토론이 이뤄질때"라고 지적한다.

그는 한국문화만을 생각했기 때문에 세계화가 안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자신을 포기하고 오로지 "손님의 문화"만을 접대했기 때문에 온전한
세계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개탄하면서 서풍에 맞설 동풍을 일으켜 새로운
문화파동을 준비하자고 역설한다.

< 강동균 기자 kd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