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영화 "용가리"를 종영한 세종문화회관의 손익계산서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공연예술계 뿐 아니라 극장가의 반대를 무릎쓰고 강행한 세종문화회관의
첫 영화상영이어서 더욱 관심을 끈다.

앞으로 세종문화회관이 영화상영을 계속할 지 점쳐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용가리 상영은 일단 세종문화회관의 수입에 큰 도움이 됐다.

세종문화회관이 아무리 좋은 기획공연을 하든 대관을 하든 한달동안
3억원이상을 벌어들이기는 어렵다.

그런데 한달 동안 용가리를 상영해 평소의 3배 가까운 8억원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세종문화회관 순수 공연수입(약 20억원)의 40%에 달하는 돈이다.

그것도 여름철이란 공연예술계의 비수기에 올린 수입이어서 의미가 크다.

세종문화회관은 처음에 매표수입의 30%를 받고 서울 강북지역에서 독점적
으로 상영하기로 영구아트무비와 합의했다.

그러나 보다 많은 영화관에서 상영해야한다는 영구아트무비측의 요구에
따라 독점상영권을 포기하는 대신 8억원을 정액으로 받기로 하고 대관한 것.

물론 손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무형의 손실이 크다.

한달동안 영화만 틀어 여름철에도 예술공연을 보려는 관객들의 욕구를
저버렸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예술공간에서 비수기이기는 하지만 대중예술장르인
영화를 튼다는 것은 아직 용납되기 힘든 상황.광화문 일대를 용가리의
홍보이벤트 장으로 만들고 협찬업체의 요란스런 광고이벤트도 편안한 휴식을
위해 세종문화회관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었다.

세종문화회관측은 그러나 영화상영을 지속할 계획이다.

단 예술성과 사회적 메시지가 풍부한 작품만을 골라 튼다는 구상이다.

세종문화회관의 박인건 공연기획팀장은 "앞으로 영화를 상영하더라도
예술성이 있거나 사회문화적으로 의의를 찾을 수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선정할 것"이라고 했다.

재단법인으로 탈바꿈해 홀로서기를 하고 있는 세종문화회관이 자체적인
생존의 논리 앞에 이런 전제를 지켜나갈 수 있을 지 두고 볼 일이다.

< 장규호 기자 seini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