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기 < 두산씨그램 공장장 >


태풍이 남국으로부터 불어와 열대의 정열과 향기를 듬뿍 쏟아 놓으면
밤에도 땀이 식을줄 모른다.

해마다 찾아오는 달갑지 않은 손님 "열대야"로 짧은 밤이 길게 느껴질 때
생각나는 한잔 술이 있다.

적도의 나라를 떠올리면서 오히려 열대야를 낭만의 분위기로 반전시키는
지혜는 한잔의 술만이 가져다 줄 수 있는 마력이 아닌가 싶다.

싱가포르 슬링은 대영제국시대 해군의 내과의사들이 선원과 병사들에게
열대 풍토병을 이기게 하는 약제로 조제했던 진을 사용한 칵테일이다.

이 유명한 칵테일은 맛이 상큼하고 달며 열대의 향기가 그윽하게 배어
있다.

싱가포르 슬링은 콜린스나 하이볼 글라스로 마시기도 하나 고블레 잔으로
마시면 더욱 분위기가 좋다.

칵테일 제조 방법은 다음과 같다.

얼음 조각으로 잔의 반을 채운뒤 진 2 oz, 싱싱한 레몬주스 1 oz , 체리
브랜디 1 oz 를 넣고 잘 저은 후 클럽 소다로 잔을 채운다.

쉐이커를 이용해 혼합해도 좋다.

오렌지 슬라이스와 박하 잎을 꽂은 체리로 잔을 장식해 마시면 된다.

사람들을 짜증나게 하는 것은 높은 온도보다도 높은 습도다.

찐득찐득한 무더위에 탈진한 몸을 회복하는데 좋은 비방이 있다.

바로 핑크 레이디다.

핑크레이디를 만드려면 3 oz 의 진, 3 oz 의 칼바도스(사과 브랜디), 2 oz
의 레몬주스, 설탕 2숟갈, 석류 시럽 2숟갈, 계란 흰자 1개가 필요하다.

계란은 물론 싱싱해야 한다.

모든 재료를 얼음 조각과 함께 쉐이크에 넣어 격렬하게 흔들어 섞은 다음
냉장된 칵테일 글라스에 따르면 두잔이 나온다.

핑크레이디 역시 열대의 향기를 물씬 풍기는 칵테일이다.

이맘 때면 더위를 물리치기 위해 납량특집이 많이 상영된다.

여기에 걸맞은 진 칵테일을 하나 더 소개한다.

김릿(Gimlet)은 원래 나사 송곳인데 날카로운 눈매를 "김릿 아이"라 한다.

이 칵테일을 마시면 자기도 모르게 진저리를 치며 눈을 찡그린다.

김릿의 레시피는 아주 간단하다.

쉐이커에 얼음 조각과 진 2 oz 와 라임주스 2분의 1 oz 를 넣고 강력하게
흔든다.

마실 때는 냉장 보관한 글라스에 따른 다음 라임 슬라이스로 장식한다.

입안 가득한 청량감은 더위를 달아나게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4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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