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 남쪽 해안에서 1백40km쯤 떨어진 곳에는 특별한 섬 하나가
자리잡고 있다.

바로 키 웨스트섬.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키 웨스트는 미국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섬 전체가 북적거린다.

경관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헤밍웨이"라는 강력한 마력이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어서다.

키 웨스트는 20세기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
1961)가 1928~39년까지 왕성한 집필욕을 불사른 곳이다.

지난 21일로 헤밍웨이 탄생 1백년이 된 올해는 그 추모 열기가 더 뜨겁다.

키 웨스트에는 구석구석까지 헤밍웨이의 자취가 살아숨쉬고 있다.

마을 외곽에는 그가 살았던 수영장이 딸린 스페인풍 저택이 위풍당당하게
서있다.

헤밍웨이가 즐겨 찾던 술집 "슬로피 조"도 그대로다.

벽면마다 헤밍웨이 사진이 빼곡히 걸린 이 카페는 7월 한달동안 특별메뉴와
특별공연을 선보인다.

헤밍웨이가 세상을 뜬 후에 생긴 상점들도 모두 "헤밍웨이류"의 간판을
내걸고 있다.

매년 7월 열리는 "헤밍웨이 축제"의 하이라이트 "헤밍웨이 닮은 사람 뽑기
대회"는 세계적 이벤트로도 명성이 높다.

마을 주민은 또 헤밍웨이와 관련된 일화를 줄줄이 꿰고 있다.

특별히 부탁하지 않아도 그가 길렀다는 여섯 발가락 고양이나 헤밍웨이가
얼마나 술을 좋아했고 술자리에서 얼마나 호방했는지 같은 생생한 이야기들을
신이 나서 들려준다.

지난 28년 헤밍웨이가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만 해도 키 웨스트는 선원
어부 주류밀수업자들이 주종을 이루는 외딴 섬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젠 헤밍웨이 팬은 물론 "노인과 바다" 조차 한번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까지 매료시키는 세계적인 관광명소다.

물론 초대형 문화상품이자 관광상품인 헤밍웨이가 번영의 키워드가 되어준
덕분이다.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