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장마 끝에 불볕 더위가 찾아왔다.

열대야에 잠 못 이루는 밤.

이리저리 뒤척일 바에는 차라리 마음을 가다듬고 달빛 동화와 명심보감을
펼쳐들자.

이탈로 칼비노 등 유럽 작가들이 달을 주제로 쓴 어른동화 "달은 다 알고
있지"(문예당, 7천원)와 허정(파주 약천사 주지) 스님이 엮은 "다시보는
명심보감"(금산출판사, 7천원)이 나왔다.

두권 모두 삶의 지혜와 향기를 주는 글들을 담고 있다.

"달은 다 알고 있지"는 도시인들에게 잃어버린 꿈을 되찾게 해준다.

발신인도 없이 그냥 "달 앞으로"라고 적힌 편지를 들고 고민하는 늙은
우편배달부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

그는 결국 달빛에 편지를 실어보내기로 한다.

아내의 눈 속에 비친 달.편지가 달에 닿을 때까지 파이프 담배를 몇모금
빨며 기다리던 그는 달빛으로부터 편지를 집어올려 한줄한줄 읽어내려가는
한 남자의 모습을 달 속에서 발견하고 한없이 행복해한다.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와 은빛 머리카락"을 비롯 나머지 10편의 이야기도
잔잔하게 감동을 안겨준다.

"다시보는 명심보감"은 한글판 어린이 수신서.

우리가 다 아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잊고 지내기 쉬운 교훈들이 가득
들어있다.

왜 사람이 선하게 살아야 하는지, 가정과 사회 국가의 기틀이 되기 위해서는
왜 배움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아이들에게 쉽게 가르쳐준다.

한자로 된 원문을 한글로 풀어쓰고 그 밑에 한문을 배치했다.

물론 어려운 내용은 주석으로 설명돼 있다.

중간 제목을 붙여 뜻을 더욱 분명하게 했다.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달빛 동화, 엄마 아빠가 함께 읽어주는
명심보감.

한여름밤의 아름다운 가족분위기가 아닐 수 없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