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 파워"(원제 Austin Powers:The Spy Who Shagged Me)는 엉뚱하다.

싸구려 코미디클럽에서나 들을 법한 음탕한 아랫도리 농담으로 질펀하다.

첩보원 영화 같기는 한데 도무지 그 맛이 나지 않는다.

제목부터 그렇다.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를 비틀어 "나와 섹스(shagged)한 스파이"라며
노골적으로 정체를 드러낸다.

어딘가 빈 듯한 털북숭이 주인공 오스틴은 여자만 보면 침을 흘리며 "헤이,
베이비"를 연발한다.

오스틴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엔 재규어가 아닌 "섀규어"란 꼬리표가 달려
있고 여자 파트너의 성은 아예 섹스를 잘한다는 뜻의 "섀그웰"이다.

오스틴에 맞선 악당은 한술 더 뜬다.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힘을 갖고 있지만 행동을 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다.

1백만원이 많은 것인지, 1억원이 많은 것인지 헷갈리고 아들과 부하한테는
무시당하기 일쑤다.

어려울 때마다 새끼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고 엉덩이를 흔들며 응석을
부린다.

영화는 또 뻔뻔스럽게도 유명작품의 명장면을 그대로 베껴댄다.

해설자막이 우주속으로 날아 올라가는 오프닝장면은 스타워즈에서 따왔다.

"007" "슈퍼맨" "백 투 더 퓨처"의 장면들도 가리지 않고 옮겼다.

대통령을 희화화하고 영웅을 조롱하며 미디어에 대한 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을 화려한 SF영상,록카페 식의 신나는 음악과 춤을 섞어 엮었다.

줄거리는 큰 의미가 없다.

지금으로부터 40년전.

오스틴에 의해 지구밖으로 추방당한 악당 닥터 이블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냉동상태로 있던 오스틴의 힘의 원천 "모조"(성적 능력)를
빼앗는다.

유일한 맞수인 오스틴을 무력화시키면 지구정복은 식은죽 먹기인 셈이기
때문.

닥터 이블은 마침내 달 기지에 레이저빔을 설치, 지구를 파괴하겠다고
협박한다.

그러나 오스틴이 앉아서 당하고 있을 턱이 없다.

CIA요원 섀그웰과 함께 달나라로 가 기지를 파괴하고 닥터 이블을 우주
밖으로 추방한다는 내용이다.

저속하지만 밉지 않은 영화다.

유쾌한 파격과 뒤집기에 묘미가 있다.

마돈나의 신곡 "뷰티플 스트레인저", 닥터 이블이 그의 복제 난쟁이 미니미
와 함께 부르며 춤추는 "저스트 투 오브 어스"등 사운드 트랙도 흥을 돋운다.

미국에선 "스타워즈 에피소드1"을 박스오피스에서 끌어내렸고, 개봉 3일간의
성적으로 집계하는 전미오프닝 순위 역시 "쥬라기공원2:잃어버린 세계"
"스타워즈"에 이어 역대 3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웨인즈 월드 1,2" "그래서 나는 도끼부인과 결혼했다"의 코미디배우
마크 마이어스가 오스틴, 닥터 이블, 뚱뚱보 팻 배드터드로 1인3역했다.

"부기나이트"의 롤러걸 헤더 그레이엄이 요염한 CIA요원 섀그웰을 연기했다.

배우 팀 로빈스, 우디 해럴슨, 모델 레비카 스테이모스 등이 카메오로
모습을 비친다.

영화가 개봉되는 24일부터 8월15일까지 매주 토.일 오후 10시부터 하나로
통신이 인터넷으로 이 영화를 상영한다.

관람대상은 하나로통신 ADSL가입자이며 요금은 2천5백원.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3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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