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사인이 떨어지고 막이 오르면 손끝에서부터 전해오는 짜릿함이 온몸으로
퍼집니다. 그게 지난 10여년 동안 저를 무대에 머물게한 원동력이죠"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페임"(8월1일까지)의 음악감독인
박칼린(32)씨.

페임을 국내 처음으로 뮤지컬로 공연할 수 있었던 데는 오리지널음악을
적절히 풀어낸 그의 공이 작지 않다.

스스로 노래를 하나하나 불러가면서 배우들의 캐릭터에 맞게 편곡했다.

공연중에는 지휘봉을 들고 오케스트라 지휘까지 맡는다.

그의 음악적 재능은 국민뮤지컬로 불리는 "명성황후"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명성황후는 창작뮤지컬 사상 처음으로 브로드웨이에 진출, 우리 공연예술의
성가를 높였던 작품.

"명성황후와 같은 창작뮤지컬은 공연때마다 새롭게 꾸며나가는 재미가 있고
페임 같은 번안작품은 배우들의 목소리를 나름대로 만들어가는 즐거움이
색달라요"

그가 창작뮤지컬과 번안작품을 무리없이 소화해낼 수 있는 데는 독특한 가정
환경의 영향이 컸다.

한국인 아버지와 리투아니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
부터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성장했다.

부산 초량초등학교에서 3학년까지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가 생활하다 고2 때
는 경남여고를 다녔다.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에서 첼로를 전공했고,서울대 대학원에서 국악작곡를
공부했다.

"남들은 적응하기 힘들었겠다고 하지만 전 재미있었어요. 한국과 미국생활이
동서양문화를 아울러 융합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그는 요즘 우리나라 고대설화를 소재로한 대형 뮤지컬의 음악을 구상중이다.

10년 앞을 내다보고 자신의 뮤지컬인생을 총정리하는 작품으로 만들어
세계시장에서 평가받겠다는 포부가 야무지다.

< 김형호 기자 chs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