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란 말은 여러 의미를 함축한다.

검열의 눈에서 벗어난 진보적 영화를 말하기도 하고 상업자본의 논리에
물들지 않은 저예산 영화를 일컫기도 한다.

대다수 상업영화가 대중의 얄팍한 호기심에 영합하는 것과 달리 감독의
개성이 응축된 자유로운 형식과 내용의 영화로 정의되기도 한다.

이런 독립영화는 영화발전의 자양분이란 점에서 존재의미가 높이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상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별도의 영화제나 소모임 등을 통해서만
관객과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김시언 감독의 16mm 장편 독립영화 "하우등"이 독립영화에 대한 시각에
반란을 일으켰다.

독립영화로는 처음으로 일반극장에서 개봉하게 된 것.

99로테르담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등 "플라이 로"(Fly Low)란 영문제목으로
해외에서 더 유명한 작품이라지만 국내 일반극장에 걸리는 것은 좀 뜻밖이다.

기술적 조작과 허구의 환상을 주입하는 할리우드식 상업영화에 식상한
영화팬들의 정직하고 진지한 주제의식과 영화어법에 대한 기대와 수요가
꽤나 크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영화는 여름 비 등 세가지를 모티브로해 도시젊은이들의 방황과 추억을
그렸다.

배경은 아무도 찾지 않는 시골마을의 폐교.

인생의 마지막 도피처, 과거와 추억으로의 침잠을 통한 현재와 미래를 향한
추스림의 공간, 그리고 삶의 작은 꿈과 희망을 완성하는 접점으로서의
"여백"을 끌어안고 있는 곳이다.

장마가 끝난 무더운 여름.

병림 창도 한수란 세 고아 젊은이가 훔친 돈가방을 들고 이곳에 숨어든다.

세상의 기억으로부터 잊혀질 때까지 죽치고 기다려야하는 이들은 무료함에
지치고 이내 갈등이 불거진다.

한수는 또다시 위험한 세상밖으로 탈출하고 어른스런 병림도 뒤따른다.

창도만이 뿌리를 내리고 병아리를 키우며 화가로서의 꿈을 키운다.

영화는 세 젊은이에 앞서 이곳에 들른 세여자 주경 다정 송연의 모습을
교차편집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비가 흩뿌리는 옛교정을 찾은 셋은 세상살이에 지쳐 있다.

이들은 혼전 임신한 아들을 버린 어머니에 대한 기억, 이혼한 뒤 혼자
네살된 아들을 키워야하는 어려움, 이루지 못한 어릴적 꿈 등을 털어놓으며
서로의 가슴에 남겨진 상처를 다독인다.

마지막 에피소드 등에선 세남자와 세여자의 이야기가 만난다.

1년이 지난뒤 주경이 다시 찾아 온다.

아무도 없을줄 알았던 이곳은 창도에 의해 삶의 터전으로 변해있다.

주경은 창도에게서 병림이 만들어 놓은 등 하나를 선물받고 일상을 향한다.

영화는 담담한 필치로 삶의 응어리진 단면을 담아낸다.

감독은 아무런 관계없이 스치는 사람들이 무엇엔가 관계를 맺고 있을수도
있다는 메시지도 객석에 던진다.

작열하는 태양빛과 장마기의 검푸른 색채를 대비시킨 수채화 같은 영상에
단조로운 이야기구조를 지탱시키는 힘이 녹아 있다.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