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순원씨와 성석제씨가 새 소설 "19세"(세계사)와 "호랑이를 봤다"
(작가정신)를 각각 펴냈다.

두 사람 모두 익살과 해학으로 삶의 근원을 비춰준다.

이순원씨의 "19세"는 열아홉살까지의 청소년기를 되돌아보는 자전적 소설.

열세살부터 시작된 갖가지 일탈행위를 여러 에피소드와 유머속에 풀어
놓는다.

아랫도리의 거웃을 발견하며 성에 눈뜨는 과정, 친구 누나에게 품었던
애틋한 감정,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오가는 비속어 등이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다.

주인공 정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에 온갖 악동(?)짓을 도맡아
한다.

"머리가 안 따라주면 나중에 손발이 고생한다"고 가르치는 모범생 형과 달리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며 어른들의 세상을 성급하게 엿본다.

그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상으로 받은 영어사전을 중학교 1학년때
과시용으로 갖고 다닌다.

그런데 이 중요한 전리품을 포기하게 되는 해프닝이 벌어진다.

문교부장관의 이름을 묻는 선생님에게 책 겉장의 "문교부장관 검정필"을
보고 "장관 이름은 검정필"이라고 대답해 망신을 당한 것이다.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상고로 진학한 정수는 교복과 책을 불태우고
가출하는 등 일탈을 거듭하다가 7천평의 땅을 얻는다.

그는 "양쪽 어깨가 짓물러진 자리에서 피와 고름이 함께 터지는 노동" 끝에
배추농사를 성공적으로 일궈낸다.

이어 고급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며 접대부가 있는 술집을 들락거린다.

그러다 자신의 행동이 "어른 노릇"이 아니라 "어른 놀이"였다는 걸 깨닫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는 성장과정에서 겪은 부끄럽고 후회스러운 일들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받아들이면서 선생님의 입을 빌어 "사람의 일이란 빨리 시작해도 크게 이루지
못하는 것이 있고 조금 늦게 시작해도 크게 이룰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걸
일깨운다.

성석제씨의 "호랑이를 봤다"는 41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세상살이의
단면들을 능청스럽게 그린 작품이다.

속고 속이는 보통 사람들의 인생을 펼쳐놓고 그 속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나간다.

주인공 이용원 곁에는 구멍가게를 하다가 부도를 낸 여자, 친구에게 명의를
빌려주었다가 감옥에 갈뻔한 사람, 속아서 카페를 산 사람, 부업 상담 전문
컨설턴트 박대통소장 등이 얽혀있다.

작가는 배꼽을 잡는 허풍과 해학속에서도 뼈있는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다.

소설속의 작가 강현수는 우체통 뚜껑에 적힌 "기쁜 소식을 전해주십시오"라
는 평범한 문구에서 인생의 숨은 뜻을 발견한다.

단순한 글을 보고 "방심하지 말자. 평범하고 세속적인 겉모습 속에 비의
의 비수가 숨어 있다"고 한말씀 던진다.

성씨는 "가짜투성이들과 부딪치는 게 삶이지만 어느 구석에 인생이라는
존재의 오의, 삶의 비의가 입을 굳게 다물고 있지는 않을까"라며 "가까이
가게 되면 입을 쩌어억 벌리며 어흥, 소리치는 그것을 언젠가는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