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힘주고 잘난 척하는 연기는 배우 입장에선 사실 만만치 않다.

자칫하면 인물의 내면보다는 겉 모습만을 표현하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연기자에겐 더욱 힘든 연기일 수밖에 없다.

탤런트 송승헌(24)이 검사로 변신했다.

SBS "해피 투게더"에서 그에게 맡겨진 역할은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 서지석.

극 초반부터 폭력배들을 잡아 들이고 형제인 서태풍(이병헌)과 사사건건
충돌하며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청년이다.

그래서일까.

촬영 현장에서 만난 그는 자신의 연기가 화면에 제대로 비쳐지는지 무척
신경을 쓰는 표정이었다.

"처음 대본을 받아들고 한동안 망설였어요. 병헌이 형과 맞서서 연기로 한번
이겨보라는 주위 사람들의 말에 힘을 얻어 고민끝에 출연을 결심했죠"

실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역이라 머리를 기르고 옆 가르마도 탔다.

촬영 시작전에 현직 검사들을 만나 도움을 얻으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고
아쉬움을 털어 놓았다.

데뷔 전부터 이병헌의 팬이었다는 그는 "좋아하는 형인데 처음부터 갈등
관계로 설정되어 조금은 불만"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요즘 그는 영화까지 손대느라 무척 바쁘다.

김희선과 함께 출연하는 그의 첫 영화 "카라" 촬영과 드라마 녹화 현장을
부지런히 오가고 있다.

그는 이번 두 작품을 통해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번듯한 외모 하나로 스타덤에 올랐다는 비판을 이겨내는 것은 오로지 연기력
을 키우는 길밖에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신선한 이미지로 주목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가 얼마 못가 잊혀져
버리는 스타들이 많잖아요. 탄탄한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죠.
제 연기가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연기력 향상
에만 매진할 생각이에요"

올해 경기대 연기과에 뒤늦게 진학한 것도 연기를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서다.

"우연히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 때문인지 데뷔때는 연기에 별로 집착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젠 이 길만이 제가 가야할 길이라는 확신이 생겼어요.
훌륭한 연기자로 오래 기억에 남고 싶습니다"

< 박해영 기자 bon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