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주제 사라마구의 최신 장편소설 "모든 이름들"
(송필환 역, 문학세계사)이 출간됐다.

포르투갈어로 된 원본을 우리말로 완역한 것이다.

"모든 이름들"은 호적등기소 말단 직원이 겪는 황당한 사건을 유머러스하게
그린 작품이다.

오십이 되도록 결혼도 못하고 직장과 집만 오가며 무미건조하게 사는
주인공.

그의 유일한 취미는 유명 인사의 기사나 사진을 수집하는 일이다.

어느날 그가 등기소에서 몰래 가져온 유명인의 기록 중에서 아주 평범한
여자의 자료를 발견하면서 흥미로운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이 작품은 네살 때 죽은 작가의 형 이야기를 바탕에 깔고 있다.

제목과 달리 주인공 외에는 누구의 이름도 나오지 않는다.

거리 이름조차 고유명사를 쓰지 않는다.

결국 작가는 모든 이름들의 무의미함을 끝까지 밀고 나가면 삶과 죽음의
경계마저 없어진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