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로 생각하고 아날로그로 행동하라"

눈만 뜨면 개혁과 혁신을 외친다.

"모든 걸 바꾸자"고들 난리다.

기업들의 인재 채용 기준도 양어장형보다 낚시형, 평범한 모범생보다 튀는
문제아로 달라지고 있다.

컴퓨터 업계에서는 대학도 졸업하기 전에 나스닥 상장을 꿈꾸며 야망을
키우는 괴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왜 아직도 혁신을 부르짖는가.

최근 나온 책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의 성공법칙"(규 가와사키 저, 박용철
역, 모색, 8천9백원)과 "인간혁명과 경영창조"(노부호 저, 삶과꿈, 9천5백원)
는 혁신의 조건들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사고에서 행동까지 근본을 바꾸는데는 "벤처 정신"과 "역발상의 지혜"가
동시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의 성공법칙"은 올해 출간되자마자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

저자 가와사키는 실리콘밸리에서 벤처기업 창업과 금융지원을 전담하는
회사 대표.

애플컴퓨터 창립멤버인 그는 "매킨토시 신화"의 주역이기도 하다.

그는 혁신의 원칙을 세가지로 요약한다.

"신처럼 창조하고 왕처럼 명령하고 노예처럼 일하라"가 그것이다.

이에 대한 10가지 세부 지침이 핵심 포인트.

"신처럼 창조"하는 데 필요한 조건은 "남과 달리 생각하라" "일단 저지르고
보라" "끊임없이 숙성시켜라"다.

"왕처럼 명령"하기 위해서는 "장벽을 제거하라" "팔지 말고 전도하라"
"죽음의함정을 조심하라"고 한다.

"노예처럼 일하기"에는 "새처럼 먹고 코끼리처럼 싸라" "디지털로 생각하고
아날로그로 행동하라" "내가 싫어하는 것을 남에게 강요하지 말라"는 지침이
주어진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결론은 뜻밖에도 "멍청이들 때문에 기죽지 말라"는
것이다.

다소 직설적으로 들리지만 "멍청한 사람"을 "엉뚱한 사람"과 구분하기 위한
표현법이다.

한마디로 "변화를 모르는 사람보다는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이 되라"는
충고다.

"인간혁명과 경영창조"는 사람의 가치에 대한 재인식을 역설한 책이다.

저자는 "정보화 시대야말로 시스템이 바뀌는 시대"라며 "사람의 가치 개발이
선행되고 열정이 충만되면 경영혁신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고 말한다.

사람의 변화가 조직 전체의 변화를 이루고 생명력을 키운다는 얘기다.

그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밑바탕은 자율과 경쟁의 시장경제원칙임을일깨운다.

한국 경제의 활력도 인간적 경영과 시장경제원리, 자발과 책임의 기업가
정신에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권위주의적 정부나 타율적 경영은 결국 인간의 잠재력을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그는 정보화시대 경영의 기본을 "전략의 고리"라는 말로 설명한다.

"이익"과 "고객" "기술" "사람" "가치"가 서로 뫼비우스의 띠처럼 맞물려
있는 개념이다.

기업은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생존한다.

무엇보다 제품을 사주는 고객이 확보돼야 한다.

고객은 품질로 평가하므로 기술력이 최우선이다.

그러면 고수익 우량상품을 만들어 고객을 이끄는 지렛대는 무엇인가.

당연히 사람이다.

그냥 사람이 아니라 진정한 "가치"를 실현할 인재다.

저자는 그러나 "피카소가 베토벤의 가면을 쓰고 그림 대신 작곡을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잘못된 발상이 재능을 죽이는 현실"을 질타한다.

경제정책도 시장점유 전략에서 시장창출 전략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말만
앞선다는 지적이다.

개인과 조직을 막론하고 생각을 바꾸면 "종이의 뒷면"이 보인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역시 "디지털 사고"와 "가치 재창조"의 힘이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