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난 성준이는 오늘도 엄마한테 야단을 맞았다.

이번에는 화장실 변기가 잠수함이란다.

막대 수세미는 변기 속에서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잠망경이 되어있었다.

변기 물을 수시로 내리던 성준이는 파도가 너무 심하다고 걱정까지 하고
있었다.

화장실을 엉망으로 만들면서 말이다.

이어지는 어머니의 반응은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다.

"제발 말도 안되는 소리 좀 그만 해라. 변기가 잠수함이라니"

평소에도 엉뚱한 발상을 자주 하는 성준이를 보고 어머니는 혹시 아이의
머리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하고 걱정할 정도였다.

그러나 아이가 의도적으로 어른을 속이기 위해 거짓말을 하거나 상상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를 구분하지 못해 하는 말이 아니라면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니다.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들에게는 화장실 변기가 잠수함도 될 수 있고 자동차도
될수 있다.

그들은 구름이 멈추어 있는 것을 보고 싸움을 하다 지쳐 낮잠을 잔다고 표현
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춤추는 요정에 곧잘 비유한다.

풍부한 상상력은 오히려 창의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제로 창의적인 아이들은 상상의 세계에 더 매력을 느낀다.

아이가 엉뚱한 이야기를 잘 꾸며대고 공상에 빠진다고 나무라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그림카드를 통해 상상력을 키워줘 보자.

그림을 보여주고 아이가 느끼는 대로 말해보게 하라.

5개의 동그라미 그림으로 아이들은 작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면 "5명의 동그라미 선수들이 체조경기장에 등장합니다. 가장 큰
선수부터 작은 선수까지 차례대로 줄을 섰습니다. 힘이 무척 세게 생긴 한
동그라미가 4명의 약한 동그라미를 보고 큰 소리를 치자 제일 작은 2명의
동그라미가 놀라 서로 부둥켜 안았습니다"

다른 그림을 가지고 연습을 시켜보자.

어른들보다 훨씬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 것이다.

이같이 일정한 도형이 있는 그림 뿐만 아니라 표정이 불분명한 얼굴 그림을
보면서 그들의 기분을 상상하도록 할 수도 있다.

또 일정한 사물의 사진을 보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다른 사물을 말하고 공통
점을 찾아보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엉뚱하다고 여기던 아이를 "창의적인 영재"로 다시 보게 될 것이다.

문정화 < 재능대 아동교육상담과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