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손장순(64)씨와 정소성(55)씨가 장편소설 "물 위에 떠 있는 도시"
(문화공간)과 "두 아내"(전2권 찬섬)를 각각 펴냈다.

두 작품 모두 분단의 비극을 다루면서 이데올로기가 인간에게 얼마나 상처를
주는가를 그리고 있다.

손장순씨의 작품은 남북으로 갈라진 오누이의 운명을 축으로 전개된다.

2010년과 2013년의 일기를 중간중간 삽입하면서 94년부터 98년 사이의
사건들이 펼쳐진다.

프랑스인의 양녀로 자란 주인공 한서진 앞에 강한석이라는 남자가 나타난다.

자신의 상처때문에 망설이기만 했던 그녀는 신분도 나이도 묻지 않고 순수한
열정으로 그에게 빠져든다.

그런데 그가 한 핏줄이었다니.

그는 파리에 유학중인 북한인이었고 5살 연하였으며 그의 어머니는 바로
그녀의 어머니였다.

오누이의 근친상간은 이 작품의 핵심 모티브다.

이는 또 분열과 화해의 극점을 이어주는 통과제의로 작용한다.

모자가 화해하는 장소로 금강산이 등장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역사를 만들고 바꾸는 것은 이념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명제가 작품을 끌고
간다.

정소성씨의 소설에는 6.25전쟁을 전후로 두 여인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
하는 남자가 나온다.

실패한 첫사랑, 정들었던 아내와의 이별, 그리고 첫사랑과의 재혼.

두 여인은 각각 사회주의 북한과 자본주의 남한의 분신이다.

청진의대에 다니다 전쟁을 맞은 한철우는 김희애를 사랑하지만 항일운동으로
인민의 영웅이 된 집안의 가영과 결혼한다.

혼란통에 월남한 그는 남한에서 희애를 만나 재혼한다.

그러나 북에 두고온 아내를 잊지 못한다.

마침내 중국 옌볜에서 가영을 만난 그는 자신의 아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로 인해 가영이 인민재판에 불려갈 위험에 빠지자 철우는 희애에게 마지막
편지를 남기고 북으로 잠입한다.

어느 한 쪽도 온전하게 선택하지 못하는 그의 행로가 현대사의 비극과
겹쳐진다.

함경도와 평안도의 사투리, 전쟁의 참상이 상세하게 묘사돼 있어 리얼리티를
더한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