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여기 불판 갈아주시고 고기도 더 주세요!"

탤런트 박진희(22).

그에게선 젊은 여자 연기자들에게 있을 법한 "내숭"을 찾을수 없다.

드라마 촬영현장 근처 갈비집에서 만난 박진희는 자리에 앉자마자 식당
아줌마를 씩씩한 목소리로 불러댔다.

"원래 얌전한척 하는 건 못해요. 팬클럽 회원들이 제발 내숭 좀 떨라고 부탁
할 정도지만 상관 안해요. 자연스러운게 좋잖아요"

대답 뒤에 이어지는 웃음소리도 거침이 없다.

요즘 그는 KBS2 주말드라마 "유정" 촬영에 한창이다.

홈쇼핑 케이블TV에서 일하는 커리어우먼 수진이 그의 역이다.

성형외과 의사인 현우(김찬우)를 놓고 직장 선배 희주(김윤진)와 사랑의
줄다리기를 펼친다.

연기 경력이 2년 남짓한 박진희가 시청자들에게 빨리 다가선 것은 단연
휴대전화 CF의 힘이 컸다.

3편까지 시리즈로 이어진 CF 덕분에 이젠 길거리를 다니기 불편할 정도로
얼굴이 알려졌다.

"걸리버 걸"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섹시한 여배우
라는 이미지도 따라 붙었다.

하지만 연기자의 길을 가려는 그에게는 이런 이미지가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최근에 제의가 들어온 배역이 모두 섹시함에 초점을 맞춘 것들이었어요.
모두 거절했죠. 이젠 이미지를 바꿀 때가 됐다고 생각해요"

오랫동안 연기를 하고 싶다는 그는 앞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키워가는 작업에
몰두하겠다고 말한다.

다양한 성격의 인물도 탐내고 있다.

영화 "다잉 영"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보여준 연기도 꼭 해보고 싶다는 것이
그의 요즘 희망이다.

학교 이야기가 나오자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2년 늦게 대학에 입학한 그는 현재 동덕여대 방송연예과 새내기다.

"학교에 가면 일하다가 쌓인 스트레스가 다 풀려요. 두살 어린 동생들과
함께 몰려다니며 군것질하고 수다 떠는게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촬영때문에
수업 빼먹는 날이 많은게 너무 아쉽죠"

박진희의 하루 용돈은 5천원.

매일 아침 어머니가 주는 이 돈을 며칠동안 모아뒀다가 학교 친구들에게
밥을 사준다는 이야기를 하며 활짝 웃는다.

올해엔 꼭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그에게 좋아하는 스타일을 묻자 역시
내숭과는 거리가 먼 솔직한 대답이 돌아온다.

"전 강호동 아저씨처럼 뚱뚱한 남자가 좋아요. 성격 좋아 보이잖아요"

< 박해영 기자 bon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