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연예인이지만 너무 하는군..."

지난 30일 저녁 SBS "기분 좋은 밤"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씁쓸한 느낌을
지울수 없었다.

문제의 장면은 "악마의 속삭임".

퇴근길에 나선 남편이 제작진이 미리 파놓은 함정들을 어떻게 피해 나가는지
아내와 진행자가 몰래 카메라로 뒤를 밟는 코너다.

이 날의 주인공은 배우 김보성.

"터프 가이"로 소문난 그를 시험하기 위해 제작진은 위험에 처한 사람을
김씨가 도와주느냐에 초점을 맞췄다.

식당에서 손님에게 행패를 부리는 불량배들, 길거리에서 학생의 돈을 빼앗는
건달들, 인신매매범을 가장한 청년들 등 3차례에 걸친 함정이 영문도 모르는
김씨를 맞았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불의를 참지 못한 김씨는 지체없이 그들에게 덤벼들었고 멱살을 잡은채
주먹다짐 일보 직전까지 가는 위태로운 상황이 이어졌다.

욕설과 심한 몸싸움이 몰래 카메라를 통해 생생하게 안방으로 전달됐다.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었어요"라는 진행자의 말과 밝은 웃음으로 "악마의
속삭임"은 마무리됐지만 이를 지켜본 시청자들의 뒷맛은 그리 개운치 않았다.

프로그램의 재미 앞에 연예인의 인격은 무시당해야 하는 것일까.

집에 돌아와 사각팬티 차림으로 서 있는 모습마저 몰래 카메라에 비쳐지는
것을 즐거워할 시청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이 프로그램을 본 많은 시청자들이 던진 의문이다.

스타들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본래의 의도에서 벗어난 몰래 카메라
는 이제 그만둘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부 오락 프로그램에서 사용하고 있는 연예인 상대의 몰래 카메라는 차라리
방송사의 횡포에 가까울 정도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제작진은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훔쳐보는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흥미를 유발
하기 보다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접근해야하는 시점이
온 것 같다.

< 박해영 기자 bon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