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영국 부패문제전문가 스티븐 무어
출판사 : 한국경제신문사
가격 : 9,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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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돈이 민주주의를 망친다"

영국의 부패문제 전문가 스티븐 무어는 "권력과 부패"(이미정 역,
한국경제신문사)에서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은 부정부패라고 꼬집는다.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뇌물 금품수수 등 비리가 판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최근 EU집행위원 전원이 부패혐의로 물러난 사건과 맞물려 더욱
눈길을 끈다.

저자는 옥스포드 대학을 졸업한 뒤 20여년간 부패 수사를 담당해 왔다.

그는 뇌물수수야말로 영혼을 파는 것과 같다면서 "부패의 뿌리는 탐욕과
이기심"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지적은 개인이나 국가나 똑같이 적용된다.

저자가 각국의 부패상황을 낱낱이 조사해 보고서로 발표한 것도 이같은
부패의 유형을 밝히고 예방책을 찾아보자는 뜻에서다.

그는 나이지리아와 케냐에서는 뇌물없이 아무 일도 진행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영국에서는 공직자 비리의 여파로 정권이 교체됐으며 미국에서는 아시아
기업인에게 받은 검을 돈으로 인해 대통령의 명예가 실추됐다.

한국과 관련된 내용도 몇페이지나 된다.

그는 "부패스캔들로서 아시아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것은 한국의 두 전직
대통령이 집권 당시 기업들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돼
6억1천만달러의 추징금을 물게 된 사건"이라고 썼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구속된 사례가 그의 눈에도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그는 이런 와중에도 중국과 홍콩의 부패척결 노력이 가장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한다.

중국에서는 부패단속 부서의 예산을 늘려 적발과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부패신고가 연간 20만건에 달할 정도로 국민들의 호응이 뒤따르고 있다.

당국은 부패방지책의 하나로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교육용
비디오를 공개했다.

부패사건에 대한 폐해와 경고뿐만 아니라 당간부들의 일그러진 일탈행위를
보여주는 것이다.

국민들이 분노하고 부패방지에 팔을 걷고 나서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홍콩에서는 부패추방을 내용으로 하는 퀴즈프로그램이 TV로 방영될 정도다.

그러나 아직도 "민주주의의 적"은 없어지지 않고 있다.

저자는 부패와의 전쟁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명예훼손과 물리적 폭력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꼽는다.

그는 또 정치인의 의지부족으로 문제해결이 지연되고 있다면서 적극적인
부패방지법 도입과 지속적인 홍보및 예방활동이 삼위일체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 뇌물과 선물은 어떻게 구분할까.

그가 영국 기업윤리연구소 보고서를 토대로 제시한 구분요소는 세가지.

첫째는 수면요소다.

수령인이 그날밤 편안하게 잘 수 있어야 선물이라는 것이다.

둘째는 신문보도.

선물받은 것이 신문에 보도돼도 거리낌이 없어야 한다.

셋째는 생활수준.

정당한 근거없이 살림이 급격히 좋아지면 뇌물일 가능성이 높다.

< 고두현 기자 kd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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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공직생활 7원칙 >

1) 이타주의 =공직자는 자신 가족 친구의 이익이 아닌 공익의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한다.

2) 청렴성 =직무유기를 초래할 수 있는 금전적 의무사항이나 기타 의무사항
을 절대 만들지 않는다.

3) 객관성 =인사권을 행사하거나 계약을 발주할 때 성과와 객관적 자료에
따른 선택을 한다.

4) 책임성 =공직자는 자신의 결정에 책임을 진다.

5) 개방성 =의사결정과 집행에 있어 최대한 개방적이어야 하며 관련
정보는 공공이익에 부합하는 경우에만 비밀에 부칠 수 있다.

6) 정직성 =공무와 관련이 있는 개인적 이해관례를 반드시 밝혀야 하며
공익을 보호하기 위해 개인적 이해관계를 먼저 없애야 한다.

7) 지도력 =솔선수범과 지도력을 보임으로써 원칙을 세워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