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들이 공익성 강화를 외치며 잇따라 드라마 축소를 발표했지만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

오히려 드라마위주의 시청률경쟁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저마다 발표만 요란했지 폐지 드라마의 선정에 대해선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나마 재방송이나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저조한 드라마가 "희생양"이 될 것
으로 알려지고 있다.

KBS는 지난 1일 2TV아침드라마 "사랑해서 미안해"를 폐지하면서 마치
아침드라마를 없앤 것인양 발표했다.

하지만 실상은 이 드라마가 "방송해서 미안해"라는 농담이 나올정도로
최하의 시청률을 기록하자 기다렸다는 듯 퇴출한 것이었다.

KBS는 3월1일부터 2TV 새 아침드라마 "해당화"(가제)를 방송할 예정이다.

결국 제작단에 외주로 맡겨왔던 2TV 아침드라마를 본사로 흡수, "보강"한
꼴이 됐다.

대신 시트콤 "싱싱 손자병법"이나 "사관과 신사"중 시청률이 낮은 한편을
4월 봄개편때 폐지키로 했다.

MBC는 드라마를 축소한다면서 우선 방학기간동안 재방송 프로그램인
"MBC드라마걸작선"을 어린이만화로 대체했다.

봄개편때 추가로 드라마1편을 줄이겠다고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폐지
프로그램을 확정하지 않았다.

"꼭 해야 된다면 금요베스트나 일요아침드라마중 한편이 되지 않겠느냐"라는
게 MBC관계자의 말이다.

월화, 수목, 일일, 주말 등 주요 드라마는 손댈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얘기다.

MBC는 후속 드라마에 김희애 최진실 등 톱탤런트들을 대거 기용하면서
"드라마 왕국"의 자리를 굳히겠다는 입장이다.

SBS 역시 김수현, 송지나씨 등 스타급 작가들을 대거 기용하면서 오락
프로그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인 드라마의 경쟁력 회복에 애쓰고 있다.

폐지드라마로는 재방송 프로그램인 드라마특선 "꿈의 궁전" 정도가 거론되고
있다.

방송사들은 기회가 있을때마다 "드라마 폐지가 곧 공익성 강화"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드라마 과잉이 작품의 질저하와 방송프로그램의 고비용
저효율구조 등 각종 부작용을 낳은게 사실이다.

이를 의식해 방송사 스스로도 드라마 축소를 공익성 강화의 방패막이로
삼아왔다.

이번에도 방송개혁의 바람이 거세지자 방송사들은 일제히 드라마 축소를
외치고 있다.

또 학교문제를 미니시리즈(KBS2 "교실", MBC "우리들의 왕따, 우리들의
왕초") 소재로 삼는 등 드라마에도 공익성 간판을 달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공익성 실현을 위한 노력인지 "태풍"을 비껴가기 위한
시늉인지는 머지않아 판가름 날 것이다.

< 박성완 기자 ps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