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정말 달러를 벌러 갈겁니다. 문화의 세기에 걸맞게 문화상품으로
우리민족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려야지요. 사전정지작업은 끝냈습니다"

국민뮤지컬 "명성황후"의 제작자 겸 연출가인 윤호진(51) 에이콤 대표.

지난해 가을 명성황후의 두번째 미국공연에서 1백만달러의 적자를 안고
돌아온 그가 21세기 세계무대를 향해 또다른 출사표를 던졌다.

작품은 삼국사기에 나오는 도미부인 "아랑의 설화"를 소재로한 "몽유도원도"
(최인호 작).

"꿈속에서 절세미인을 본 왕(개로왕)이 화공을 불러 그림을 그리게 하고는
그 미인을 찾아 전국을 뒤집니다. 하급관리 도미의 부인인 아랑이 꿈속의
미인임을 안 왕은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도미의 눈까지 빼버리죠. 아랑은
모든 비극이 자신의 미모에서 비롯됐음을 알고 갈대로 얼굴을 긋고 강바닥
진흙으로 상처를 깊게해 남편과의 사랑을 지킨다는 비극입니다"

몽유도원도의 대본은 거의 마무리된 상태로 장면배열만 남겨놓고 있다.

주제음악도 올 연말까지 완성, 내년초 본격 연습에 들어간다.

"꿈 같기도 하고, 현실 같기도 한 동양적 여백의 미를 보여줄 생각입니다.
얼굴에 상처를 낸 아랑이 피리부는 눈먼 남편과 노래를 부르며 낙조를 따라
피안의 세계로 가는 장면이 서구인의 가슴을 울릴 겁니다. 오페라의 맛도
느낄수 있는 수준으로 제작한다는 구상입니다"

그가 추산하고 있는 제작비는 1천만달러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지분참여 방식으로 세계 각국의 자본을 끌어들일
생각이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4개 버전으로 제작할 계획이다.

"미국이나 영국에서 먼저 공연할 겁니다. 토니상 등 지명도 있는 상에
지명되기만 해도 게임은 끝입니다. 세계 공연문화사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란 뜻이지요"

그가 몽유도원도에 이어 구상중인 작품은 "아기공룡 둘리"를 소재로한
어린이 뮤지컬.

일본의 "은하철도 999"보다 훨씬 낭만적 소재로 꼽는 아기공룡 둘리로
영원한 동심의 세계를 형상화해 세계무대에 올린다는 생각이다.

명성황후의 해외공연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명성황후는 오는 9월께 런던에서의 초청공연이 예정돼 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우리나라 문화사절단으로서의 공연도 확정되어
있다.

중국에도 공연관련 자료를 보내놓은 상태다.

중국공연은 북한측과 연계하는 방안도 구상중이다.

무엇보다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일본공연.

일본의 언론사 등과 오는 11월 도쿄, 오사카 공연을 협의중이다.

1주일 공연에 5천만엔 이상의 개런티를 보장받는 조건이다.

"시장은 넓게 봐야죠.해외에서의 성공을 장담할수 없다는 이유로 피해다녀서
는 영원히 우물안 개구리가 될 수 밖에 없지요. 과감하게 부딪쳐보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자신의 큰 꿈을 믿고 도전해보는 젊은이가 많이 나와야 합니다"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