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정호승(48)씨와 전윤호(34)씨가 어른을 위한 동화 "연인"(열림원)과
명상우화 "작은 개 이야기"(해담솔)를 펴냈다.

삶의 지혜와 성찰이 가득한 작품집들이다.

정호승씨의 "연인"은 운주사 대웅전의 물고기 풍경을 소재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그는 처마끝에 매달린 물고기 한 마리가 없어지고 빈 쇠줄만 바람에 날리는
모습을 보고 물고기가 무엇을 찾아 어디로 날아갔는지 궁금해한다.

서쪽 처마끝에 달린 "푸른툭눈"이라는 이 물고기는 동쪽 처마밑의 "검은툭
눈"이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며 매달려 있는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어가 되어 세상 여행을 떠난다.

그는 흰물떼새와 시인, 유치원에 다니는 다솜이, 붕어찜 식당 주인 등을
만나며 삶과 죽음의 의미를 깨닫는다.

잿빛 비둘기의 사랑을 얻기 위해 온 몸의 비늘을 떼어내던 그는 "넌 새가
아니라 물고기"라는 말에 깊이 상처받는다.

절망한 그에게 와불님은 "이 세상에는 고통없는 삶도, 상처없는 아름다움도
없다"고 위로한다.

그 말에 위안을 얻고 삶의 본질을 깨달은 그는 마침내 검은툭눈의 사랑을
떠올리며 처음 매달려 있던 자리로 돌아간다.

일탈과 방황을 통해 진정한 사랑에 이르는 여정이 화가 박항률씨의 그림과
만나 더욱 밀도있게 다가온다.

전윤호씨의 "작은 개 이야기"는 쫓겨난 강아지 한마리를 통해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집안에서 마당으로 내쫓긴 강아지는 주인에게 실망해서 세상을 떠돈다.

다른 개들을 만나 주인을 섬기는 것의 의미를 터득하고 사랑과 죽음도
접하면서 강아지는 점차 성장한다.

어느날 산사에서 그는 스스로 주인도 될 수 있고 자기가 섬길 주인을 고를
수도 있다는 이치를 깨닫는다.

산에서 내려온 그는 어려운 사람들을 주인으로 골라 도와주고 지난날 자신
처럼 혼란에 빠진 강아지들에게도 삶의 본질을 일깨워준다.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암시하는 주제는 "개 한마리의 가치는 온 우주와
맞먹는 거란다"라는 말에 함축돼 있다.

간결한 문체에 판화가 육근영씨의 삽화가 곁들여져 읽는 맛을 더한다.

연말 연시에 훈훈한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선물로도 권할 만하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