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세계 경제의 대수술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이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패권전략과 미국자본의 세계지배
에 이바지할 뿐이라는 비판도 강하게 일고 있다.

이러한 비판그룹의 선두에 서있는 필리핀 학자 월든 벨로의 저서
"어두운 승리"(월든 벨로 저, 이윤경 역, 삼인)가 국내에 번역돼 나왔다.

"신자유주의, 그 파국의 드라마"를 부제로 한 이 책은 IMF체제 이후의
제3세계 경제상황을 분석한 보고서다.

월든 벨로는 필리핀대학 교수이자 방콕의 "포커스 온 더 글로벌 하우스"
공동의장.

그는 신자유주의라는 외피에 감춰진 미국의 전략적 의도가 무엇인지를
역사적 실례들을 통해 파헤친다.

그는 이 책에서 지금과 같은 구조조정으로 인한 선진국 자본의 승리는
곧 전지구적 재앙을 초래한다면서 아시아를 비롯한 제3세계의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그는 구조조정이 먼저 훑고 지나간 북미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IMF와 세계은행을 전위부대로 내세운 팍스 아메리카나의 허실을 지적하고
이에 수반되는 빈곤.불평등 심화, 환경파괴, 자원고갈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하나씩 짚어간다.

그는 "80년대 이후는 미국경제를 포함해 전세계를 상대로 한 기업주도의
구조조정기였다"며 "이념적으로는 자유시장을 추켜올리면서 실제로는
독점기업의 이익를 증진시켰다"고 지적한다.

레이건과 부시 행정부가 뉴딜 국가를 해체시키고 노동자를 보호하던 정책을
붕괴시켰다는 것이다.

제3세계와 한국 등 신흥공업국, 일본을 위시한 선진국으로부터 도전받던
미국의 헤게모니를 지키려고 IMF를 앞세워 공격했다는 주장이다.

이른바 구조조정과 자유화 탈규제 조치는 미국식 자본주의에 이롭고
반대자에게는 가혹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이를 주식회사 미국의 경기규칙이라고 비꼰다.

돈을 빌려주고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IMF, 빌린 돈을 갚고 시키는대로
의무사항을 이행해야 하는 한국,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회경제적
부담을 온 몸으로 겪고 있는 국민들.

그러나 그는 1~2년만 허리띠를 졸라매고 견디면 해결된다는 환상에서
벗어나라고 우리를 일깨운다.

구조조정은 1~2년 안에 끝날지도 모르지만 그 이후에 남는 것은
"어두운 승리와 승자없는 승리뿐"이라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모두가 승리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을 전제로 삼는다.

그는 미국 산업자본의 세계지배와 이에 맞선 제3세계의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 어느 때보다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이러한 양상이 계속되면 21세기
벽두에 치열한 경제전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미국 자본에 의한 지구촌 차원의 구조조정은 신흥공업국가들의 경제파탄과
저항을 부르고 결국 미국에도 사회적 기반약화와 경기침체를 초래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그는 미국 주도의 검은 구름을 벗겨낼 "신세계 질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선진국과 개도국을 막론하고 많은 지역 공동체와 사회단체들이
국경을 넘어 서로 연대하는 동맹관계를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