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번호 8번, 준비됐습니까? 레디, 큐!"

지난 18일 서울 성북동에 있는 상허 이태준 선생 고택.

46년 월북하기 전까지 한국 현대 단편소설의 틀을 완성하며 30년대 문학계를
이끌었던 상허 선생의 옛집이 드라마의 무대로 탈바꿈했다.

요즘 이곳에선 99년 1월 4일 시작하는 MBC 미니시리즈 "흐르는 것이
세월뿐이랴"(극본 정성희 연출 장수봉)의 촬영이 한창이다.

현대 건축물들 사이에 고즈넉히 자리잡은 한옥의 모습을 찾기위해 고심하던
제작진은 "ㄱ"자형의 아담한 남향인 이 집을 발견했다.

최근까지 "수연산방"이란 찻집으로 쓰이던 이 집 벽에 검은 검댕을 군데군데
바르고 마당 한켠에는 무말랭이와 생선을 매달아 사람 사는 분위기가 나도록
꾸몄다.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촬영은 다음달 중순까지 계속된다.

"흐르는 것이.."는 한 가정의 아픈 가족사를 통해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확인한다는 내용의 드라마.

탤런트 박근형이 30년간 함께 살아온 부인과 이혼을 결심할 무렵 폐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맞이하는 아버지 역을, 김윤경이 아내 역을 각각 맡았다.

윤유선이 남편의 숨겨놓은 여자때문에 갈등을 겪는 큰 딸로 출연하고
박채림은 스승과 사랑에 빠지는 둘째딸을 연기한다.

이 밖에 김영옥 이영하 김주승 등이 출연한다.

"아들과 딸" "방울이" 등을 연출했던 장PD는 "어느 가족마다 하나씩은
갖고 있을 가슴 아픈 사연을 솔직하게 들춰내 가정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려 한다"면서 "성인 시청자를 겨냥, 절제되고 차분한 연출을
하겠다"고 제작 방향을 설명했다.

< 박해영 기자 bon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