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오디세이아"가 3천년만에 현대소설로 거듭났다.

오스트리아 출신 작가 미하엘 쾰마이어가 "오디세이아"를 소재로
"텔레마코스"와 "칼립소" "오디세우스" "페넬로페" 등 장편소설 4편을
재창작했다.

이가운데 "텔레마코스"(전2권)와 "칼립소"(전2권 현암사)가 먼저 번역돼
나왔다.

고전과 현대소설의 묘미를 동시에 선사하는 작품들이다.

원작의 등장인물과 줄거리를 원용하되 주인공의 성격을 바꾸고 산뜻한
패러디를 겹쳐 읽는 맛을 더해준다.

원작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후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았던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다룬 작품.

쾰마이어의 "텔레마코스"는 오디세우스의 외아들 텔레마코스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영웅신화적 요소가 강한 원작과 달리 평범한 청년의 성장과정을 다뤘다.

특히 현대사의 명암을 다양하게 덧씌워 작품의 의미를 새롭게 했다.

오디세우스가 지하세계를 여행하며 본 "희생양의 구덩이"를 나치의
유태인 집단학살 장면과 바꾼 대목 등이 그것이다.

가수 페미오스와 밴조 제작가 멘테스,전자기타를 연주하는 페이시스트라토스
의 등장도 호메로스가 악사 출신이었다는 점에 착안한 이야기다.

주인공이 지프를 몰고 달리는 여정은 재즈음악을 배경으로 한 현대판
로드무비를 연상시킨다.

"칼립소"는 오디세우스를 붙잡고 있던 매력적인 요정 이야기.

전쟁이 끝난 뒤 고향으로 돌아오다 난파당한 오디세우스를 구한 칼립소가
불멸을 약속하면서 같이 살자고 유혹한다.

이 작품은 인간과 요정의 사랑을 다룬 연애소설이자 죽음과 영생의 문제를
생각케 하는 철학소설로도 읽힌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