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가 말하길/요 임금도 옥에 갇혔고/순 임금은 들에서 죽었다네/
구의봉은 연이어 모두 다 어슷비슷/성인도 무덤 신세, 결국 무어런가/
제자 흐느끼네, 푸른 구름 사이서/바람 따라 가서는 돌아오지 않네/
통곡하며 고개 들어/창오 깊은 산을 바라보나니/창오산 무너지고 상수 마른
뒤나/댓잎 위에 지는 눈물 사라지리라"

당나라 시인 이백이 안록산의 난이 일어나기 직전 국가의 앞날을 걱정하며
쓴 악부 "아득한 이별"에 나오는 구절이다.

신선같은 시를 썼다 해서 시선이요 술을 즐기로 이름났다 해서 주성이라
불렸던 이백.

그는 달을 따러 물 속에 뛰어들었다가 고래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낭만적 일화로도 유명하다.

붓통을 닮은 산 아래 토굴에서 태어나 당대 최고의 시인으로 추앙받은 두보.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네살 때 어머니를 잃고도 활달하게 "마당의
배랑 대추를 따먹으며 송아지마냥 겅중대던" 그의 어린 시절을 아는 이는
드물다.

중국역사를 통털어 가장 화려했던 당나라 시가문학.

중국 시의 황금기로 꼽히는 당대문학의 조감도와 시인들의 생애.문학을
집중 조명한 책이 나왔다.

중국문학이론연구회장인 이병한 서울대명예교수가 동료.후배학자 22명과
함께 "중국시와 시인-당대편"(사람과책)을 펴낸 것.

이 책에는 이백 두보 백거이 등 당나라 시대의 굵직한 시인 24명의 작품
4백80여편이 담겨 있다.

당시를 전공한 학자 23명이 4년간 "푸른 바다에서 고래를 끌어당기는"
의 자세로 집필한 역작이다.

각 시인들의 개성과 특징뿐만 아니라 초당에서 만당에 걸친 3백여년의
시대상이 그대로 비춰져 있다.

시인별 활동시기와 문학적 특징,연표,색인도 곁들여져 있다.

흔히 중국 당대를 시가의 전성기로 꼽는다.

시경 초사에서 시작된 중국 고전시가가 변화와 발전을 거듭한 뒤 당대에
이르러 체재와 내용 면에서 최고봉을 이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시에는 중국민족의 심미경험과 생활윤곽이 응축돼 있다.

당나라 시가문학의 번성은 "전당시"에 수록된 작품이 4만8천9백수,이름이
알려진 시인만 해도 2천2백여명에 달하는 것을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지난 82년 중국에서 간행된 27권의 "전당시"와 "전당시외편"에는
총 3천2백76명의 작품 5만3천35편이 실려있을 정도다.

이병한 교수는 "당시야말로 중국문화의 정수이자 격조높은 관조의 거울"
이라며 "한자.유교문화권인 우리나라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으므로 당시를
감상하는 일은 우리나라 고전시가문학의 연원을 살피는 작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당대 시가문학이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한 통일국가 건립과
정치경제의 안정, 국력 신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데다 오랜 문화유산의 축
적과 선인들의 풍부한 창작경험이 바탕을 이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문학이론연구회는 앞으로 "중국시와 시인-송대편"을 비롯해 중국시사
전체를 조대별로 정리해 책으로 낼 예정이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