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낡은 사고를 버리고 새로운 틀(New Paradigm)을 짜야 할 때입니다.

옛날 방식으로 해결하려 들면 안돼요"

미국변호사 이동호(58)씨가 월스트리트에서 바라본 한국의 실상을 엮어
"개인만 있고 국가는 없다"(한국경제신문사)를 펴냈다.

서울대 법학과와 미국 뉴욕로스쿨을 졸업하고 국제법률문제 전문가로
활동중인 저자는 통상 반덤핑 불공정국제거래 국제금융 기업인수.합병
구조조정 국제투자 부문의 권위자.

그는 이 책에서 경제위기가 닥치기 전인 지난해 4월 "한국 경제상황이
생각보다 훨씬 나쁘니 하루바삐 버려야 될 기업은 인수.합병으로 팔아치우라"
고 권고했지만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더라고 털어놨다.

무사안일주의와 위기불감증에 걸린 한국사회를 질타하는 얘기다.

"국내에서는 아직도 우리만의 경제위기나 외환위기로 보는 것 같은데
세계가 동시 대공황에 돌입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경제논리나 외환금융이론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어요"

그는 개인과 조직의 근본적 혁신을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비관론에만 빠지는 위험도 경계한다.

"경제가 어려울 때 어렵다고 말하는 것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지금은 자포자기할 때가 아니라 한국경제가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과
새로운 비전을 얘기해야 할 때이지요"

그는 지금이야말로 ''병''의 뿌리를 찾아 사회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희망의 이정표를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나라를 망치는 악성 종양부터 도려내야 한다는게 그의
지적이다.

가장 신랄한 비판대상은 관료집단으로 지목됐다.

국민의 공복이기는 커녕 세금을 포탈하고 개인적 치부에 몰두하면서 국민을
우습게 아는 공무원들, 중앙부처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까지 "도둑 천국"
소리를 듣는 나라, 위로는 전직 대통령에서 아래로는 말단 공무원까지
''도저히 못믿겠다''는 지탄을 받는 오늘의 현실이 도마위에 올랐다.

그는 통상협상 과정에서 국익을 생각하기부다 자신의 이름이나 업적홍보에
열을 올려 결과적으로 ''매국노''가 돼버리는 일부 인사들에게도 화살을
날린다.

신성한 교단까지 돈으로 얼룩지는 실태와 한국 관광객이 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뱀 지네 곰이 남아나지 않는다는 낯 뜨거운 국제망신의 현장도
''청산대상''이다.

그렇다고 비판을 위한 ''쓴소리''만 나열한 건 아니다.

그는 우리에게 "봄"이 멀지 않았다고 위로한다.

"생존경쟁이 치열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위기는 늘 계속되게 마련이죠.

중요한 것은 위기를 두려워하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탄탄한 기반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백년지대계를 마련하는 일입니다"

그는 이번 위기가 "개발도상국이나 경제중진국 명패를 떼고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당당하게 겨룰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며 국민적
고통을 이기고 제2도약의 발판으로 삼자고 얘기한다.

무책임한 개인주의와 설익은 자본주의의 허점을 메우면서 새로운 출발점을
다 함께 찾아보자는 얘기다.

결론적으로 그는 "우수한 인적 자원과 저력있는 문화, 폭넓은 사회인프라가
미래 한국의 힘"이라며 "산업구조에서 가치관까지 모든 걸 바꾸고 제대로 된
민주주의와 참된 개인주의 법치주의를 꽃피우자"고 제안한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7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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