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워지자 길이
그만 내려서라 한다
길 끝에서 등불을 찾는 마음의 끝
길을 닮아 물 앞에서
문 뒤에서 멈칫거린다
나의 사방은 얼마나 어둡길래
등불 이리 환한가
내 그림자 이토록 낯선가
등불이 어둠의 그늘로 보이고
내가 어둠의 유일한 빈틈일 때
내 몸의 끝에서 떨어지는
파란 독 한 사발
몸 속으로 들어온 길이
불의 심지를 올리며 말한다
함부로 길을 나서
길 너머를 그리워한 죄

- 계간 "라쁠륨" 겨울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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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59년생.
경희대 국문과 졸업.
시집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산책시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