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8월 호랑이를 주제로한 유물전시회를 열었다.

이 전시회에서 나온 3백여점의 유물중 가장 관심을 끈 것은 호형대구였다.

B.C.1세기 삼한시대 이전의 청동기유물이면서도 호랑이를 사실적으로 표현,
우리민족과 호랑이와의 오랜 인연을 잘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호형대구중 대표적인 것은 대구에서 경주로 가는 길목인 영천 어은동에서
발굴된 영천 호형대구(길이 22.4cm.국립중앙박물관소장)다.

이 대구는 네발을 모두 쪼그리고 포효하고 있는 호랑이의 모습을 나타냈다.

그 표현은 청동기시대 유물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생생하다.

앞으로 치켜올라간 꼬리도 호랑이의 위엄을 잘 보여주고 있다.

머리와 목 허리부분에 새겨진 기하학적 문양은 이를 착용한 사람이 상당한
지위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가슴에서 뻗어나간 긴 갈고리는 맞은 편 타원형고리에 물리게 만들어졌다.

갈고리에는 세군데 선대가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이같은 디자인은 북방유목민족, 특히 스키타이미술에 흔히 나타나는 것으로
우리나라 선사미술의 원류를 짐작할수 있는 단서가 된다.

또 삼한이 북쪽문화를 수용, 독자적 문화를 형성해가는 양상도 잘 보여주고
있다.

< 오춘호 기자 ohc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