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룡(55) 한화증권사장이 수상록 ''다시 세한도를 보며''(삶과꿈)를
펴냈다.

이 책은 첫 수상집 ''분노의 시대 그리고 사색'' 이후 5년만에 내놓은
순수 수필집이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옛 선비들의 고결한 정신과 청빈의 도를 되새기게
됩니다"

제목에 차용한 "세한도"는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에 귀양갔을 때 그린 그림.

소나무 네그루와 집 한 채가 덩그러니 놓여있는 갈필(먹물을 적게 묻혀
그리는 담묵화)의 화폭에 고결한 선비의 절조와 이상이 함축돼 있다.

그는 여기에서 어려운 시대의 강을 건너는 자세와 생활철학을 배웠다.

"책 제목이 혹시 고루하게 느껴질까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젊은 층의 반응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에게 받은 사랑을 오래 간직하고 있다는 그는 "사랑을
받아 본 사람이 베풀줄도 안다"며 요즘 아이들도 유년기에는 조부모와 함께
생활하는게 좋다고 권한다.

전문경영인이 시간을 쪼개 수필을 쓴다는 건 그리 쉽지 않다.

그러나 그는 원고지를 앞에 두고 생각을 가다듬을 때가 가장 겸허해진다며
"성찰의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경제위기가 닥치기 전인 지난해 5월,취임식 자리에서 그는 "커질 때 커지고
작아질 때 작아지는 생명조직 바이오 컴퍼니(Bio Company)를 만들자"고
말했다.

평소의 사색하는 습관이 치열한 현실인식과 날카로운 미래예측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이번 수상집에는 그가 89년 미국으로 공부하러 갔을 때 보스턴 하버드
기숙사에서 아들 현석에게 보낸 편지도 들어있다.

창 밖으로 찰스 강이 흐르고 캠퍼스에 낙엽이 곱게 진 새벽, 잠시 공부를
멈추고 "언젠가는 아빠가 지던 무거운 짐을 맡아야 할" 아들에게 만학의
즐거움과 국가경쟁력의 원천을 설명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