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난국 극복을 위해 방송시간을 자발적으로 단축하겠습니다"

지난해말 방송 3사 대표가 모여 약속했던 방송시간 축소가 공염불이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먼저 약속을 어긴 것은 MBC.

지난달 26일 가을 개편에서 "연중기획-용기100배 희망100배"(오전11시),
"특강-주부가 세상을 바꾼다"(오후4시)를 신설하며 기습적으로 방송 시간을
연장했다.

MBC측은 "자진 반납했던 시간대여서 따로 허가받을 필요는 없다"면서
"공익에 부합하는 프로그램이라면 시간을 연장해도 좋다는 문화관광부의
답변을 얻었다"고 밝혔다.

허를 찔린 KBS도 이번주부터 같은 시간대에 프로그램을 편성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건강특집" "(재)경제, 주부가 나섭시다" "(재)삐삐요리방"등을 KBS2를
통해 오후 4시부터 1시간 동안 차례로 방송하기 시작한 것.

KBS1도 오전11시에 "특별강연-이제는 이렇게 삽시다"를 10회에 걸쳐
방송한다.

KBS측은 방송시간 연장이 MBC를 의식한 결과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석우 KBS 편성실장은 "MBC 가을 개편을 염두에 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양 방송사 모두 "광고 수주에 연연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같은 방송시간 연장 경쟁에 시청자들은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연말까지 20억원의 추가 제작비가 예상된다는 MBC.재방송까지 틀어가며
이에 맞서는 KBS.

두 방송사의 자존심 싸움으로 방송의 "거품빼기"는 아직 먼 이야기로 들릴
뿐이다.

< 박해영 기자 bon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