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들의 일본 TV프로그램 베끼기가 점점 더 노골화되고 있다.

일부 코너를 따오거나 부분적인 제작기법을 도입해 쓰는 것은 그나마
양심적인 편.

몇몇 프로그램은 "유사"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프로그램전체를 "복사"한
수준이다.

이같은 경향은 특히 민간상업방송인 SBS의 오락프로그램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한국방송개발원의 박웅진연구원이 모니터링을 통해 한.일 프로그램간의
유사성을 분석한 연구보고서와 비디오자료는 방송사들의 공공연한
일본프로그램 베끼기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확인시켜 준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SBS "특명 아빠의 도전"은 일본 TBS "행복 가족계획",
SBS "감동 아이 러브 아이"는 니혼TV의 "감동의 베이베린픽", KBS2 "TV는
사랑을 싣고"는 후지TV의 "화요 와이드스페셜"과 프로그램 전체가 거의 같다.

지금은 폐지된 "KBS빅쇼" 역시 NHK의 "2인빅쇼"를 그대로 모방했다.

이번 가을개편때 신설된 SBS "감동 아이 러브 아이"의 경우 각 코너의 진행
뿐 아니라 화면앵글까지 "감동의 베이베린픽"과 흡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비 올림픽"이란 코너에서 평균 1세미만의 아기들을 대상으로 경주를
벌이면서 경기라인 중간에 다양한 인형과 장난감등을 놓고 아이들을 시선을
흐트러뜨리는 것이 한 예다.

SBS "특명 아빠의 도전"은 일본 TBS사가 "표절"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한
상태.

이 프로그램에선 리포터가 도전과제를 갖고 시청자의 집을 직접 방문해
전문가의 시범을 보이고, 아버지가 연습하는 모습을 방영한후 스튜디오에
온가족이 출연해 아버지의 최종 도전을 지켜본다.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구성이 TBS사의 "행복 가족계획"과 똑같다.

심지어 카드를 날려 오이를 자르는 것등 도전과제까지 같은 경우도 있었다.

이밖에 SBS "서세원의 좋은 세상 만들기"의 "장수퀴즈"나 "고향에서 온
편지"는 누가봐도 TBS "삼마의 슈퍼트릭TV"의 "장수만세퀴즈" "비디오레터"
코너를 베낀 것임을 알수 있을 정도다.

심지어 진행자의 외모나 진행중간에 스튜디오에 주저앉아 웃는 것까지
흡사하다.

한 방송사에서 베낀 프로그램이나 코너가 인기를 끌 경우 타 방송사들이
개편때마다 따라하기 때문에 국내 방송사들간에도 유사프로그램이 양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박웅진 연구원은 "제작진들의 창의력부족도 문제지만 과다한 시청률경쟁이
이러한 모방을 부추긴다"며 "방송사들은 일본방송의 개방시기에만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 아니라 개방후에도 일본프로그램과 경쟁할수 있도록 프로그램
질을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박성완 기자 ps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