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들은 가끔 개미의 생태계에서 완벽한 조직사회의 원형을 찾는다.

개미사회는 자손을 낳는 여왕개미와 죽도록 일하는 일개미, 외적이
침입했을 때 싸우는 병정개미 등 구성원들이 특성에 따라 이상적인 분화를
이루고 있다.

전체로서의 개미집단은 완벽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개미 하나하나의 일생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드림웍스의 첫번째 만화영화인 "개미"(Ant Z)는 이런 엉뚱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영화는 우디 알렌의 신경질적으로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시작된다.

그가 목소리 연기를 펼치는 Z는 지하동굴의 평범한 일개미.

"4195"라는 주민등록번호가 붙은 Z는 항상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조직의
명령대로만 살아가는 삶에 불만을 품고 일탈을 꿈꾼다.

Z는 나이트클럽에서 공주개미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 후부터 Z의 생활은 모험의 연속이다.

병정개미의 열병식에 끼어들었다가 위정자에 의해 전쟁영웅으로 조작되고
다시 반역자로 쫓겨난다.

공주와 함께 벌레들의 이상향인 "인섹토피아"를 찾아나서지만 그곳은
인간사회 한켠의 축축한 늪지일 뿐이다.

Z는 결국 친구들에게 돌아와 수몰위기에 빠진 지하동굴을 구출한다.

"개미"는 애니메이션의 형식을 취했지만 어린이를 겨냥한 기존 만화영화와는
완전히 다르다.

"집단과 개인", "전체주의와 자유주의"라는 무겁고 고전적인 주제를 다뤘기
때문이다.

우디 알렌이 시니컬한 독설과 개인주의로 유명한 뉴요커의 상징임을
감안하면 이는 더욱 명확해진다.

영화가 도식적인 이야기구조만 답습하며 새로운 철학과 전망을 내놓진
못하지만 애니메이션의 고정관념을 바꿔버린 것은 분명하다.

드림웍스의 창설자인 제프리 카젠버그도 "애니메이션은 이제 어른들의
꿈을 그리는 도구"라고 선언한 바 있다.

"개미"는 95년의 "토이스토리" 이후 3년만에 만들어진 삼차원(3D)
애니메이션인 만큼 기술적으로도 많은 진전을 보였다.

특히 얼굴근육의 섬세한 움직임이나 컴퓨터 그래픽에선 가장 어렵다는
물의 움직임을 성공적으로 재현한게 눈길을 끈다.

영화를 제작한 PDI는 드림웍스가 40%의 지분을 보유한 전문 그래픽업체다.

목소리 연기에는 우디 알렌외에 샤론 스톤(발라공주), 실베스타 스텔론
(친구 위버), 진 해크먼(맨디블장군) 등 할리우드의 인기배우들이
총동원됐다.

만화영화의 원조인 디즈니는 "개미"와 내용이 유사한 "벅스라이프"(A Bug''s
Life)를 12월초 개봉할 예정이다.

벌레들을 내세운 드림웍스와 디즈니의 대결에서 누가 이길 것인가도
관심거리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6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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