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해요"

탤런트 이주희를 상징하는 말이다.

시청자들의 기억 속에 선명한 존슨&존슨 로숀 CF에서의 이 대사때문에
그녀는 아직도 "깨끗한 소녀"로 남아있다.

하지만 어느새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제 이주희는 스물 넷의 성숙한 아가씨로 훌쩍 컸다.

"중학교 2학년때였죠.

그때의 이미지가 참 강렬했나봐요.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중고생 역할 제의만 들어올 정도였으니까요"

중고교 시절 CF와 드라마에 부지런히 얼굴을 내밀다가 93년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하면서 방송 출연을 자제하기로 결심했다.

예쁜 소녀 이미지로만 굳어지는 게 영 못마땅했던 탓이다.

그런 그녀가 다시 소매를 걷어부쳤다.

연기 방향도 과감하게 바꿨다.

다음주부터 시작하는 SBS 월화드라마 "은실이".

이주희는 철없이 도도한 시골 처녀 "배신자"역을 맡았다.

"자기만큼 예쁜 여자가 없다고 생각하는 공주병 환자이면서도 표독스런
면모를 지닌 아주 강한 성격의 아가씨죠.

이미지 변신에 딱 들어맞는 역이에요"

펜팔로 사귄 군인에게 여대생이라고 속였다가 거짓말이 탄로나도 뻔뻔하게
둘러대는 신자역은 그래서 더욱 애착이 간다.

그동안 활동이 뜸했던 까닭에 약간은 조급함을 느낀다고 털어놓으면서도
느긋함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한두해 하다 그만둘 배우 생활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가 연기 공부에 남다른 열정을 가진 것도 이런 이유다.

좀 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올해초 같은 학교 대학원에 진학했다.

전공은 "연극 연기".

"대학 졸업작품으로 안톤 체홉의 "갈매기"를 공연했어요.

거기서 여주인공 리나 역을 맡고나서부터 연극에 관심을 갖게 됐죠.

연기의 기본을 분명히 세울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아역 스타 출신은 대부분 아픈 추억을 갖고 있다고들 한다.

또래 아이들의 따돌림이나 질투 때문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때여서 상처는 그만큼 더 클수도 있다.

그녀도 그런 경험이 있지만 별것 아니었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예쁘장한 외모와 달리 의외로 털털한 성격 덕분이다.

요즘도 친구들과 어울려 거리낌없이 길거리를 쏘다니는 이주희에게선
그래서 연예인같지 않은 편안함이 느껴진다.

< 박해영 기자 bon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6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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