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릉, 부르릉..."

출발 준비를 알리는 피켓을 들고 레이싱 걸이 트랙을 빠져나가자 10여대의
경주용 차량들이 잔뜩 웅크린채 파란불이 켜지길 기다리고 있다.

곧이어 출발 신호와 함께 탤런트 류시원이 운전대를 잡은 17번 "셀마"가
시속 2백km에 가까운 속도로 트랙을 질주한다.

이달 31일 첫 방송되는 KBS2TV 주말극 "종이학"(극본 조소혜 연출 김종창)
촬영현장인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카레이서로 데뷔전을 치르는 은학(류시원 분)의 레이싱 장면 촬영이
한창이다.

조소혜씨는 "젊은이의 양지" "첫사랑" 등으로 명성을 떨친 스타 작가.

"첫사랑"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PD와 이 드라마에서 다시 만났다.

"야망의 전설"로 주말 드라마의 주도권을 잡은 KBS가 인기몰이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종이학"은 카레이서를 꿈꾸는 고아 출신의 자동차 정비공 은학과 부유한
집안의 여대생 나현(명세빈 분)의 엇갈린 사랑을 그린 드라마.

카레이서로서 정상을 눈앞에 둔 은학이 자신의 실수로 나현의 아버지가
숨졌다고 오해하면서 레이서의 꿈과 나현과의 사랑을 포기하고 만다는
줄거리다.

"미스터Q"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송윤아가 은학을 향해 일편단심
사랑 공세를 퍼붓는 나이트클럽 댄서 연희역을 맡아 변신을 시도한다.

또 "파랑새는 있다"에서 차력사로 등장했던 이상인과 박용우, 김상중 등이
가세한다.

류시원과 명세빈은 이 드라마로 미니시리즈 "순수"에 이어 두번째로 짝을
이루게 됐다.

특히 카레이서 경력 2년의 류시원은 전복 사고 장면을 제외한 모든 레이스
장면을 직접 연기하며 능숙한 운전 솜씨를 선보인다.

김PD는 "드라마를 일관되게 이끌어 가는 주제는 희망"이라며 "종이학을 접듯
꿈을 향해 한발 한발 내딛는 젊은이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어려운
현실을 이겨나갈 힘을 주고 싶다"고 제작 의도를 설명했다.

< 박해영 기자 bon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