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욱(27)은 "변신"에 능하다.

그는 선량한 청년에서 반항적 록가수로, 도시의 뒷골목 깡패에서 예쁜
여장남자까지 연기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이번에 맡은 역은 거물 도박꾼.

관훈빌딩 2층 민중극단 연습실에서 리허설중인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19~27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의 주인공 "스카이"역이다.

그에게 스카이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스카이 역을 맡아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같은 큰 무대에 서겠다는 게
어릴적 꿈이었습니다. 그것도 서른살 이전으로 못박았어요. 중학생
시절이었죠"

그의 "무대기질"은 이처럼 일찍부터 영글었다.

고3때까지 이과공부를 하며 묵묵히 지내다가 대입원서를 내기 직전
예체능계로 바꿨다.

"딴따라"라고 질색하는 부모님을 가까스로 설득했다.

동국대에 원서를 냈지만 결과는 낙방.

오기가 발동했다.

"못말리는 애들"의 집단인 서울예전(연극과)에 들어갔다.

"오히려 행운이었습니다. 서울예전은 준비된 연기자로서의 내실을
다지는데 꼭 맞는 곳이었어요"

93년 MBC 23기 탤런트로 프로무대를 밟았다.

첫 주연작품인 "눈먼 새의 노래"와 "짝"등으로 얼굴을 알렸다.

드디어 97년.

그해 3월부터 한달 반동안 방송된 미니시리즈 "별은 내 가슴에"에서
"강민"역을 맡으면서 하루아침에 스타덤에 올랐다.

방송국은 차인표를 띄울 요량이었지만 상처받은 영혼의 록가수 강민은
소녀들의 가슴에 "별"을 찍었고 그를 90년대판 "테리우스"로 떠올렸다.

모든게 달라졌다.

가수로도 데뷔했고 영화판에서는 캐스팅 0순위의 "거물"로 대접받았다.

그럼에도 인기에 휩쓸리지 않았다.

"연예인"이 아니라 "연기인"으로서의 중심을 지켰다.

그가 정통연극을 매년 1편씩 하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연기하는 게 즐겁습니다. 숨을 공간이 없는 무대에서의 연기는 박진감이
넘쳐 특히 좋아요. 그래서 절대 더블 캐스트로는 출연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관객에 대한 서비스이기도 하고요"

그는 곧 김희선 추상미와 함께 출연하는 16부작 메디컬드라마 "해바라기"를
찍는다.

올 연말에는 콘서트를 열고 내년봄에는 3집 음반을 낼 계획이다.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1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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