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우리 공군 비행기같진 않은데..."

지난주부터 방송에 들어간 SBS "백야 3.98".

눈썰미좋은 시청자라면 창공을 누비는 전투기를 보면서 이런 의문을
가졌음직하다.

사실 드라마에 사용된 비행기들은 러시아 공군의 주력기종인 "수호이"와
"미그"기들.

"국방부에서 전혀 도와주질 않았어요.

결국 러시아 현지에서 그쪽 전투기에 태극마크를 붙인채 촬영할수밖에
없었죠.

솔직히 러시아 제작진 보기가 민망하더군요."

광주 민주화운동을 그린 "모래시계"때문에 국방부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김종학 PD는 러시아측에 웃돈까지 얹어주며 이 장면을 찍어야했다.

화려한 캐스팅과 엄청난 제작비로 화제가 되고있는 "백야 3.98"은 제작에
얽힌 뒷 얘기도 많다.

민경빈(이병헌)을 멋지고 잘생긴 안기부 요원으로 그려내고 있지만 역시
안기부로부터도 도움을 받지 못했다.

김PD는 "기획 단계에서는 안기부에서 협조해주기로 했었지만 정권이 바뀐뒤
대폭적인 인사이동으로 담당자가 바뀌고 나선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고
밝혔다.

러시아 현지 촬영도 숱한 화제를 나았다.

원래 "약골"인 심은하는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감기와 고열로 앓아 누웠다.

고지대라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차서 헐떡거리기 일쑤.

이탓에 그는 자신의 얼굴이 "퉁퉁 부어서 나왔다"며 아쉬워했다.

발음조차 힘든 러시아어 대사는 연기자들을 더욱 괴롭혔다.

"밤새 러시아어 대사를 외워도 다음날 카메라 앞에만 서면 머릿속이 백짓장
처럼 하얗게 변해버리더군요"(심은하).

"눈에 보이는 곳마다 러시아어 대사를 적은 쪽지를 붙여놓고 외워댔어요"
(최민수).

차에 탄채 강물에 뛰어들어 자살을 기도했다가 이정재에 의해 구출되는
장면을 연기한 진희경.

"촬영 전날 내일은 수중 촬영이라는 말에 잔뜩 긴장하고 갔더니 몸이 겨우
들어갈만한 수족관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이 장면은 서울대 조선공학과의 도움을 받아 특수 촬영으로 보충, 실제
강물 속 상황처럼 매끄럽게 처리됐다.

이 드라마에는 비중있는 연기자들이 카메오로 대거 출연, 또 다른 화제를
낳고 있다.

박상원은 주인공 경빈을 조종사로 키워내는 혹독한 훈련조교 "최상규
소령"으로 우정출연했다.

정성모는 전투기 사고조사위원회에서 최소령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는
증인으로 잠시 얼굴을 비쳤다.

또 조형기는 푼수끼 있는 안기부요원으로 출연하며 심양홍, 정동환, 남성훈
등의 중견 연기자들도 단역으로 나올 예정이다.

< 박해영 기자 bon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9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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