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우드극장앞 그의 사무실에서 만난 강우석 감독은 약간 들떠있었다.

기자를 보자마자 대뜸 "흥행이 되겠습니까"라고 묻는다.

내일 개봉될 영화 "생과부위자료 청구소송"을 가리키는 말이다.

"재미있겠다고 기대하는 사람이 많던데요"라고 대답하자 "IMF 때문에
손해봤다"고 동문서답한다.

"재벌의 문제,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된 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하고 싶었다.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직장인, 부도가 나서 자살을 기도하는 기업인..

정말 쇼킹한 소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IMF가 김을 빼놓았다.

주제가 오히려 진부해졌다"

시사회 반응을 물었다.

"일반관객들은 영화를 좋아했다.

친구들로부터 전화를 많이 받았다.

내 친구들이 대기업 차장급 나이인데 최근 옷벗은 사람이 많다.

모두 자기 이야기 같다고 말했다"

주인공 추형도가 불황시대의 실직자라기 보다는 80년대 성장시대의
샐러리맨과 닮았다고 반론을 펴자 "사실 이 영화는 작년초에 구상했다.

그래서 IMF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래도 최근상황에서 공감가는 이야기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부부간의 성적인 문제가 노골적으로 나오는데"라는 질문에대해선
"내 성격 자체가 직설적이다.

할 말은 못 참는다.

여자들이 그동안 밖으로 못해왔던 이야기, 남자들에 대한 오해, 성적인
표현은 그런 것들을 대리배설해주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그는 인터뷰도중 "힘들었다"는 표현도 자주 썼다.

"법정드라마를 코믹하게 만들 땐 정말 힘들다.

관객이 썰렁하다고 느끼면 그순간 끝이다.

안성기 문성근 심혜진 황신혜 등 최고배우를 쓴 것도 연기는 배우에게
맡기고 드라마에만 집중하기 위해서다"

"강우석이 흥행감독이라고 누구나 인정하지만 예술가란 평은 적은 것
같다"라며 표정을 살폈다.

그는 "평론가들은 그런 소리를 하겠지만 관객은 다르다.

나와 "투캅스"를 최고로 친다.

나에겐 그게 소중하다.

한 조사에서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영향있는 사람으로 3년 연속 뽑혔다.

어느덧 중심에 섰으니 책임감도 느낀다"라고 말했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