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신창업투자의 김승범(35) 수석심사역은 충무로에서 "마이더스의 손"으로
통한다.

그가 투자를 결정한 영화마다 크게 히트를 하면서 이런 별명을 얻게 됐다.

"8월의 크리스마스"엔 43만명, "조용한 가족"엔 35만명의 관객이 몰렸다.

"은행나무 침대" "할렐루야" "접속"도 각각 3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그가 하는 일은 "될만한 영화"를 선정해 투자여부를 최종결정하는 것이다.

"투자한 영화 대부분이 성공한 것은 감독과 제작자들이 영화제작에만
신경을 쓰도록 여건을 만들어 준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준 높은 영화에
관객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일신창투는 제작비 조달을 책임지는 동시에 배급이나 판권판매도 맡는다.

영화사는 돈걱정할 필요없이 좋은 영화를 만들고 홍보만 하면 된다.

자금조달과 기획.제작을 철저히 분리해 영화를 제작하는 할리우드 방식이다.

"영화를 만들겠다고 투자해 달라는 요청이 예년보다 2~3배 늘었습니다.
영화를 보는데 큰 돈이 들어가지 않는만큼 상대적으로 경기불황을 덜 타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그가 심사하는 영화기획서는 연간 1백편정도.

이 가운데 실제 투자하는 영화는 연간 8편 안팎이다.

각본이 얼마나 탄탄한지 제작사와 감독 배우 주요 스태프는 어느정도
역량이 있는지가 심사기준이다.

연내 개봉하는 "퇴마록" "키스할까요"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내마음의
풍금" 등도 이런 과정을 거쳐 투자가 결정됐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와 일본 게이오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미국계
컨설팅업체인 모니터컴퍼니에 근무하다가 일신창투 설립직후인 91년말 합류
했다.

그는 "최근 한국영화 수준이 크게 향상됐다"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기획할
수 있는 제작풍토가 조성된다면 한국영화의 국제경쟁력도 급속하게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 강현철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