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주의 희곡작가 김영수(1911~1979)의 대표작 "혈맥"이 50년만에
되살아 난다.

국립극단은 김영수의 "혈맥"을 12~21일 국립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국립극단이 우리연극 뿌리찾기 작업으로 마련한 "한국연극 재발견"시리즈
첫번째 무대다.

혈맥은 지난 48년 제1회 전국연극경연대회 작품상 연출상 남.여주연상을
휩쓸었던 작품.

광복후 정부수립 직전까지 어렵고 가난한 가운데서도 나라를 사랑하고
서로를 아끼는 마음으로 살았던 우리네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린 "빈궁문학"의
백미다.

무대는 47년 서울 성북동 언덕배기.

복덕방 거간꾼 털보의 가족과 몰락한 양반가문의 후손인 깡통쟁이의 가족,
징용간 탄광에서 돌아온 원칠이 형제 등 세가족은 성북동 언덕밑 방공호에
모여 산다.

돈을 써서 방공호를 넘겨받은 기회주의자 강가는 권리금을 요구하지만
이들에게는 돈이 없다.

이들은 가난을 벗어나려고 애쓰지만 되돌아오는 것은 실망과 좌절뿐.

그렇게 바라던 해방이 되고 나라를 찾았지만 가족들이 오순도순 모여살
따뜻한 방한칸은 이룰수 없는 꿈이다.

가난은 이들 사이의 갈등을 더욱 깊게 한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가족간의 사랑과 정은 끊을수 없는 법.

서로를 위해 애쓰는 각자의 진실된 모습이 드러나면서 갈등의 벽은
허물어지고 이들은 서로의 고통을 다독이며 "내일"을 기다린다.

연출은 사실주의 연극의 대부인 임영웅(극단 산울림 대표)이 맡았다.

국립극단과는 지난 87년 "침묵의 바다"이후 12년만의 작업이다.

무대미술은 "명성황후"로 성가를 높인 박동우가, 의상디자인에는 최보경이
가세해 완성도를 높였다.

주인공인 털보역은 국립극단 단장겸 예술감독인 정상철이 맡았다.

서상원 김재건 권복순 곽명화 최상설 등 출연.

평일 오후 7시30분, 토.일 오후 4시.

문의 274-1151.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