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한국화 표현방법중에 배채기법이란게 있다.

한지의 뒷면에 색깔을 반복해서 칠함으로써 앞면에 그 색깔이 은은하게
배어나오게 하는 기법이다.

배채기법으로 얻어진 색은 직접 칠한 색에서 느낄 수 없는 자연스러운 맛을
낸다.

한국화가로 유일하게 전통 배채기법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작가 김호석씨가
가족들의 일상생활 모습을 담은 작품들을 모아 개인전을 열고 있다.

서울 종로구 견지동 동산방화랑(733-5877)에서 오는 5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회의 주제는 "함께 가는 길".

엄마가 아이의 귀지를 파내는 모습을 담은 "느낌", 엄마의 젖을 먹는
아이의 모습을 그린 "순결한 아름다움", 아이들이 베개를 끌어 안고 겁먹은
표정으로 TV를 보는 "토요 미스테리극장",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수박을
먹는 "수박씨를 내뱉고 싶은 날" 등 가족의 일상생활을 담담한 필치로
그려낸 작품 26점이 나와 있다.

이들 그림에서 김씨가 배채기법을 사용한 곳은 얼굴이나 팔 다리 손 등
피부가 드러난 부분.

나머지는 배채기법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다른 작품에서 느낄 수
없는 담백함과 자연스러움이 배어나온다.

그는 그림 그리는 종이를 고르는데도 까다롭기로 소문나 있다.

전통적 방법에 따라 닥나무로 제조한 한지만을 사용한다.

화실에 확보해 놓은 종이의 종류만도 1백가지에 이를 정도.

물감도 대부분 직접 만들어 쓴다.

그는 "지난 80년대말부터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틈틈이 스케치해 두었다가
화실에서 그린 작품을 내놓게 됐다"면서 "이번 전시회에 나온 작품들이 내게
의미있는 만큼 다른 사람에게도 의미있는 일종의 공공성을 확보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홍익대 미대 동양학과와 같은대학 대학원을 졸업한 김씨는 화단에 나온이후
줄곧 인물화를 그려왔다.

지난 96년엔 전봉준 김구등 20여명의 인물을 그린 작품을 모아 "역사속에서
걸어나온 사람전"을 열어 호평을 받았다.

지금은 성철스님의 삶과 구도의 길을 그림으로 풀어내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 이정환 기자 jh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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