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시인들의 시작품을 주제로 제작한 판화를 모아놓은 "시와 판화의
만남전"이 29일부터 6월7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학고재(739-4937)에서
열린다.

계간문예지 "실천문학" 지령 50호기념으로 마련되는 이 전시회에는
실천문학에 작품을 발표했던 시인 62명의 시를 한편씩 골라 그 내용을
담아낸 판화작품 62점이 전시된다.

시와 그림을 한 화면에 담은 일반 시화전과 달리 시와 판화를 따로 걸어
각각 독립된 작품으로 감상할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 이 전시의 특징이다.

"친구를 묻고 온 날 밤에 달이 솟았다/검붉은 산야에서 일렁이던 얼굴도
버리고/이제는 허공중에 가벼이 떠서 속살을 파랗게 비치는 달/지상의
어둠속에 웅크린 한 아이도 지금 막 눈 부비며/스스로 밝게 길 넘는 저 달을
보고 있을 것이다"(이시영 "달")라는 시는 화가 남궁산씨가 꽃을 물고가는
새가 커다란 달속에 투영된 모습으로 형상화한 작품과 나란히 걸린다.

"개나리 울던 날/이삿짐을 꾸렸다/장롱을 싣고 이불짐을 싣고/찬장을
실었는데/화분 세개가 마당에 남아 있다/"그냥 가자"/"..."/안 간다고
보채는/아이를 달래며/황사바람 속을/트럭이 달렸다"(서홍관 "이사가던
날")라는 시는 이삿짐을 실은 트럭이 개나리꽃을 뒤로하고 떠나는 모습으로
표현된 임영재씨의 판화와 함께 전시된다.

이밖에 김규동 박재삼 신경림 고은씨 등 일반에 널리 알려진 시인들의
작품을 강승희 김상구 김종억씨 등 33명의 화가가 판화로 제작했다.

출품되는 시와 판화를 담은 시화집 "판화로 읽은 우리시대의 시"도
전시개막과 함께 출간될 예정이다.

< 이정환 기자 jh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5일자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