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잡아. 빼"

"활내려, 활올려. 다시"

충남 태안 구례포 "용의 눈물" 대마도 정벌신 제작현장.

신병훈련소를 연상시키듯 김재형PD는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반복구호를
외치며 왜병으로 분장한 엑스트라들에게 연기지시를 내렸다.

밀려오는 조선군에 맞서 싸우는 왜병들.

그러나 활쏘기가 영 신통치 않다.

11번째 NG후엔 김PD의 읍소작전.

"아저씨들 나좀 살려다오.

지금 몇번째냐"

도저히 안되겠다고 판단되는 몇명을 빼낸후에야 드디어 O.K사인이 떨어졌다.

"활도 못쏘는 젊은이들이 있냐"는 김PD의 "시대착오적인 발언"에 스텝들은
너무 극에 몰두한 탓이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IMF시대 침체된 시청자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으려 했다"는 의도답게 24,
30일 방영될 대마도 정벌신 촬영은 대규모로 진행됐다.

KBS는 이 장면을 위해 4천여평에 이르는 해안에 조선시대 판옥선 2척과
일본식 기와집, 초가, 움막, 망루 등 오픈세트를 제작했다.

드라마"찬란한 여명" "먼동"제작때 썼던 재활용자재를 포함, 6천여만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조선군과 왜군으로 동원된 엑스트라만도 3백여명에 달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조선군으로 분장한 엑스트라가 대부분 나이가 든 반면
왜병은 고등학생 정도의 신참이란 점.

우리나라군사들이 상대적으로 위엄있게 보이도록 한 배려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최윤덕, 이종무장군의 대마도 정벌은 세종의 업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드라마에선 당시 군사지휘권을 갖고 있던 태종의 치적으로
재해석했다.

"용의 눈물"은 대마도정벌을 끝으로 오는 31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총제작비 160억원, 출연탤런트 3백여명, 동원된 엑스트라 2만2천명 등
대하사극이란 이름에 걸맞게 제작된 이 드라마는 대선정국등 현실정치와
맞물리면서 숱한 화제를 뿌렸다.

시청률도 줄곳 상위권을 지키다가 2주전부터는 1위자리에 올랐다.

마지막회가 끝난후엔 제작 뒷이야기, 조선왕조실록과 다른점 등을 담은
90분짜리 생방송 프로그램을 방영할 예정이다.

< 구례포(태안)=박성완 기자 ps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