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의상에 밝은 성격으로 어려움이라곤 모를것 같던 신세대 여자
연기자들이 잇달아 불우한 환경에 처한 주인공으로 등장해 눈길을 끈다.

방송사들이 요즘 경제현실을 반영, 어려운 상황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내놓으면서 이들에게도 거리의 부랑아, 고아원생, 호텔메이드 등
"IMF배역"을 잇따라 맡기고 있다.

가장 획기적인 변신을 한 연기자는 MBC 새 월화드라마 "세상끝까지"(극본
정유경, 연출 김사현)에서 주인공 한서희역을 맡은 김희선이다.

서희는 고아원에서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내지만 천성적으로 밝게 살아가는
인물.

그러나 결국 백혈병에 걸려 짧은 생을 마감하는 비운의 여인이다.

화장기 없는 얼굴과 무릎나온 바지에 늘어진 스웨터를 입은 모습은 얼마전
KBS "웨딩드레스"에서 뽀글뽀글 볶은 머리를 풀어헤치고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던 김희선을 떠올리기 힘들 정도다.

추상미는 KBS2 "거짓말"(극본 노희경, 연출 표민수)에서 길거리의 부랑아로
나온다.

같은 동두천출신의 친구 장어(김태우)와 함께 노숙을 일삼으며 하루벌어
하루먹고 사는 역이다.

극중 신문기자인 동진(김상중)을 사랑하지만 자신의 초라한 처지때문에
좋아한다는 말한번 제대로 꺼내지 못하고 속앓이를 한다.

SBS시트콤 "뉴욕스토리"에서 보여준 활달하고 밝은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20일부터 방영될 SBS 새월화드라마 "바람의 노래"(극본 최현경, 연출
공영화)에서 신은경은 호텔메이드로 등장한다.

극중 그는 어려운 현실에도 희망을 잃지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영화 "창"에서 술집작부역을 맡긴 했지만 시청자들에겐 "종합병원"
레지던트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는 만큼 새로운 이미지를 안겨줄 듯.

이처럼 IMF는 신세대 스타들의 배역에서도 "거품"을 빼고 있다.

< 박성완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8일자 ).